▲ 지난 14일 문내면 용암리 인근 배추밭에는 월동준비를 마친 겨울배추 위에 올 겨울들어 내린 첫 눈이 쌓였다.
▲ 지난 14일 문내면 용암리 인근 배추밭에는 월동준비를 마친 겨울배추 위에 올 겨울들어 내린 첫 눈이 쌓였다.

판로 막히고 값도 떨어져 재배농가 한숨
코로나19 여파로 김장수요 줄어든 요인
생산자협 "수입 줄이고 농협계약 확대를" 

전국적인 배추 재배면적 증가에 따라 공급량은 늘었지만 소비부진이 이어지면서 해남겨울배추를 계약하려는 상인들의 발길도 사실상 끊겼다.

화원에서 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A 씨는 "예년 같으면 벌써 상인들과 계약을 끝냈을 시기인데 상인들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며 "배추 가격도 떨어져 어디다 팔아야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올해 긴 장마와 집중호우 등의 기상이변에 전국적으로 가을배추의 수확이 늦어졌고 배추 가격마저 하락해 상인들의 해남 배추 작업도 늦어졌다. 그 결과 배추를 매입하고자 하는 상인들의 발길도 끊겨 판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 하락은 재배면적 증가로 물량이 늘어난 탓도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소비부진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로 식당이나 교회, 학교 등에서 김치를 담그지 않거나 물량을 줄이면서 주요 소비처가 막혔고 양념채소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정에서마저 김치를 담그지 않아 가을배추의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추 소비부진은 배추 주산지인 해남 농가들에게 직격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해남 배추는 전체 생산량 중 5~7%가 농협과 계약재배, 60%가 상인과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되고 나머지는 절임배추 등 개별 농가에서 유통하고 있다.

가을과 겨울을 나누지 않고 모두 수확이 가능한 종자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가을배추의 가격이 낮으면 월동 이후 겨울배추로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 가격하락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배추가격 하락과 소비부진 등으로 배추 생산농가의 어려움에 대해 전국배추생산자협회(회장 김효수)는 지난 15일 군, 전남도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를 찾아 농업현장 현실을 설명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대량 소비처들에서 배추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데 수입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 겨울배추까지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수급정책은 농협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어 농협의 계약재배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생산자들과 정부, 자치단체 등이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추가격이 하락했음에도 김장을 담그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절임배추 판매도 크게 줄었다.

해남미소의 경우 올해 김장철인 지난 10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절임배추 주문은 8만474건(23억6000여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2746건(28억8000여만원)보다 18%가 감소했다. 이에 반해 완제품인 김치와 김치양념은 전년 대비 30%가 증가하며 2만664건으로 집계됐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