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목현(광주광역시 민주인권평화국장)

 
 

한국사회는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축을 이루며 급격하게 발전해왔다. 1960년대 국민소득 80불 안팎의 세계 최빈국에서 탈출한 후 고도성장을 거듭하였다. 2020년 현재는 국민소득 3만불을 상회하는 경이로운 성과로 선진국의 대열에 서있다.

민주화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치열한 투쟁으로 박정희 군사유신독재체제와 전두환 군부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였다.

그동안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국민들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하였지만 잃은 것 또한 적지 않다. 당장 직면하고 있는 것은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청년실업 및 양극화 심화 등이다. 그 중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는 문화·이념적 차이 등으로 인한 세대 간 소통의 단절 등이다.

요즘 30~40대 세대가 60~70대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일종의 벽을 느낄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다. 30~40대 세대는 60~70대의 언행이 일종의 쓸데없는, 혹은 과도한 고집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60~70대의 그러한 언행이 30~40대 세대가 보기에 아집이라고 느끼지만, 사실판단에 대한 세대 간 기준자체가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세대 간 사회문화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사회문화적 경험은 가장 변화가 심해 세대 간의 경험도 극심하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60~70대 어른들은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 학창시절과 군대 생활을 보내면서 후배나 부하들을 줄을 세워놓고 엉덩이에 피멍이 들도록 몽둥이로 구타를 하거나 당했던 세대들이다. 그러면서도 부당한 군사독재권력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몸부림쳤던 세대다.

반면 30~40대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곱게 자란 세대다. 아울러 성장과정에서 인권을 윤리적 기준으로 습득하고 부모세대들이 쟁취해놓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학습하고 체득해 온 세대다.

사회문화적 차이로 인한 세대 간 인식의 차이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2018년 8월 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의 약 40.4%는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노인과 청·장년 사이에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1.5%로 나타났다. 위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세대 간 소통부재 등의 어려움으로 세대 갈등과 혐오, 학대, 인격침해 등의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세대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세대 간 혐오 현상을 극복하고 세대 간 공존과 포용을 위한 정책·제도적 방안을 인권적 관점에서 모색해야 한다. 각 세대가 완전한 권리의 주체로서 지속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이 아닌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로서 인식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 모두 다음의 글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예의 없는 무법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젊은 세대는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힘겨운 인생살이를 헤쳐 나온 선배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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