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가치란 사전적 의미로 '인간 행동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바람직한 것'이라 한다. 해남은 한반도의 서남단에 위치하여 기후가 온화하고 구릉지와 완사면이 발달한 지형으로서 생태적 가치가 높고 자연자원이 풍부하여 주거지와 관광지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면적 기준으로는 세 번째이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난류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매우 온화한 기후환경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농산물의 생산에서 전국의 수위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이 많다. 그중에서도 절임배추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겨울철에 우리 조상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김장 담그는 일이다. 김장은 전통적으로 이어진 발효식품으로 연례행사처럼 해오고 있다.

해남의 가치를 알리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으뜸인 것은 단연코 농산물일 것이다. 계절에 따라 생산되고 있는 품종은 많지만 오늘은 해남의 절임배추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절임배추는 겨울 초입에 해남에서 생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농산물로 보통 8월 하순에 모종을 옮겨 심어 키우기 시작한다. 올해는 옮겨 심는 시기에 비가 많이 와서 적기에 심지 못한 농가가 많아 수확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배추는 물주는 작업이 중요한데 해남은 지하수가 풍부해서 어느 밭이나 물에 대한 애로가 거의 없는 편이다. 자연환경이 농사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해양성기후로 적당한 바닷바람을 받고 자라는 배추라서 전국 어디에서도 생산해 낼 수 없는 상품성을 갖추었다. 절임배추는 90일 이상을 채우고 서리를 몇 번 맞은 후에 수확한 배추에 천일염을 사용하여 절임해야 한다. 정성을 들이는 경우에는 바닷물을 정수한 물로 1차 절임을 하고 2차는 천일염으로 절임을 하여 간을 맞추고 물기를 뺀 후 배송하고 있다.

이렇게 노력을 기울이는 농가가 많아지면서 해남의 절임배추 주문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전국에서 해남절임배추가 명성을 얻어 절임배추의 메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어떤 지역이든 가치의 선택과 판단의 준거가 되는 원리는 바로 수요자의 정보와 필요에 따른 평가이다.

해남은 이미 전국에서 청정지역으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성의 손길로 생산되고 있는 농수산물에 대해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농민 스스로가 생산하고 있는 농산물에 대한 품질과 가격을 소비자가 믿을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명성을 쌓는 것은 수년이 걸리지만 허물어지기까지는 단 며칠 만에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로는 방문이나 구매지로서의 인기가 있는지,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지 여부를 들 수 있다. 인기가 높은 지역은 그에 비례하여 인구가 증가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해남의 가치를 꾸준하게 높이려면 품질 좋은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인구를 새로 유입할 수 있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농산물 시장의 확대 및 다양성을 위해서도 증가하는 인구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편 해남의 자연은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청정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남만큼 복 받은 땅이 없다고 할 만큼 공해가 없고 환경이 좋은 곳으로 군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러한 지역에 갑자기 군 공항 이전을 위해 해남군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과는 거리가 먼 군 공항 이전지역으로 해남이 거론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지역특색과 맞지 않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남에서 추진되지 않도록 민관이 일치된 힘을 모아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해남의 가치는 군민 스스로가 지켜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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