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식(마산초 용전분교장 교사)

 
 

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중·고생도 포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의하고 싶던 욕구를 짤막하게 정리한다.

요즈음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4차 혁명시대'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한다며 '교과 학습'이나 '방과 후 학교', 각종 현장 학습 등을 들이부어 아이들은 바쁘게 돌고 돈다. 경험을 연속적으로 갱신하고 체험을 재구성하여 배움을 얻어 스스로 성장하는 활동들이 아니다. 그저 짜인 일과표대로 움직이는 모습들만 보인다. 가정에서는 자녀들을 '유능하게 만들기 위해, 어른이 정한 미래의 직업 준비를 위해 학원 등지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하고 묻기도 한다. 그렇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어른들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객체가 되어가는 현실이다. 지금은 끊어져 멈춘 아이들에 대한 담론을 꺼내 본다.

아이들이 굶주리고 논밭에서 노동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던 조선의 한 청년이 일본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실천한 노력으로 어린이날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며 아이들이 올바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하자는 운동을 했다. 그럼에도 현실에는 여전히 일하고 헐벗은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의 이야기는 쏙 빼고 순전히 맑고, 예쁘고, 착하고, 아이들은 천사(동심천사주의)라는 이야기들만 나오는 교육 현장에서 이야기하고 논의한 것이 '일하는 아이들'이란 담론이었다.

또 성적 올리기에만 열중하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옛 성현(노자의 도덕경)의 말을 빌려 논의하고 이야기한 것이 '놀이하는 아이들'이란 담론도 있었는데 지금은 있는가? 아이들에 대한 담론이 없어졌다.

말하는 입이 있어도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어른 중심 사회에 들리지 않아 아이들이 함께 뭉쳐 시위하며 외치는 '요구하는 아이들'이란 담론을 만들면 어떨까? 차분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들이 골목과 마을과 읍내를 쏘다니며 서로 다른 이들이 어울려 사는 것도 보면서 놀 권리를 달라고 외치기도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쁘다.

학교는 체험학습 간다고 마을과 지역을 떠나는 것도 조금 줄이고, 학원은 학교의 학생평가 기간에 맞추어 성적 올리기라는 것도 조금 줄이고, 학부모는 주말이나 휴일에 바람 쐬러 지역을 벗어나는 활동도 조금 줄이고, 교사가 학교가 지역사회가 고개 끄덕이며 같이 실천할 일을 이야기하고 논의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아이들에 대한 끊어진 담론을 붙잡고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출세와 돈벌이에 골몰하며 입시노동에서 벗어나 자유와 정의에 대한 질문도 하는 윤리적 존재'로 자라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주체적인 사람들로 성장할 것이다. 교사들이여! 학부모들이여! 학교여! 지역사회여! 아이들에 대한 끊어진 담론을 잇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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