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라남도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우연하게 TV채널을 돌리다 한 케이블TV의 프로그램에 끌리게 됐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대한민국을 넘어 세상을 놀라게 할 프리한 남자들의 프리한 특급 뉴스로 전무후무한 특종랭킹쇼'라는 설명으로 소개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중파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더 이상 두려울 것 없는 프리한 세 남자가 진정한 저널리스트가 되어 취재해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K' 전성시대! 끝날 줄 모르는 전 세계의 한국앓이라며 'K-브랜드'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건강식품으로 떠오른 'K-주전부리'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입맛을 저격한 뻥튀기의 무한한 변신을 재미나게 소개했다. 할리우드 배우들도 반한 한국의 美(미), 보자기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묶은 매듭법과 우아한 보자기 아트의 세계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제2의 '겨울연가'로 등극한 '사랑의 불시착'과 같은 전 세계에 불고 있는 'K-드라마' 열풍까지 소개됐다. 코로나 방역도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한 'K-방역'이 소개되며 코로나 면역을 위한 '김치' 또한 메뉴에 올랐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메모를 하면서 몰입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기이한 현상이다. 학창시절부터 신문쟁이 출신이라 TV를 '바보상자', '눈으로 씹는 껌'으로 치부하며 뉴스만 보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 웬만한 프로그램은 거들떠보지 않는 터라 이렇게 한 프로그램에서 눈을 떼지 못한 적이 거의 없다.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케이블 채널이 한 프로그램을 곰탕 끓이듯 우려내 시간을 때우기 위해 돌려막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K-브랜드'의 활약을 확인하면서 문화적 충격도 거론했다. 미국이 화장지 대란을 겪으면서 국산 비데의 미국수출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비데보다는 화장지를 주로 사용한다는 사실에서 아메리칸드림은 무너졌다.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정수기 수출도 증가했다. 정수기 수출의 효자노릇은 관리서비스라는 것이다. 결국 'K-서비스'다. 정수기를 렌탈해 주고 관리서비스로 승부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불현 듯 'H-브랜드'는 무엇이 있을까? 해남의 이니셜 'H'를 대입해 해남의 브랜드를 떠올렸다. 쌀, 고구마, 배추(절임배추) 등은 그냥 쉽게 떠올렸지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셋 다 농산물이다. 우리나라의 고구마가 홍콩에서 디저트로 각광 받는다는 사실도 이 프로그램에서 확인했다. 130여 톤의 고구마막걸리도 우리나라가 수출한다고 하지만 해남산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1차 산업인 농산물의 생산은 그렇다 치고 가공·유통, 관광을 총망라한 6차 산업에서 각광을 받을 'H-브랜드'는 없을까? 명품 쌀의 명성은 한풀 꺾인 듯 하고, 고구마 재배는 영암과 나주로 무게중심이 서서히 옮겨 가는 듯하다. 절임배추도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부 농가들의 행태가 우려할 지경에 이르렀다. 태풍, 장마, 가뭄 등 자연재해에 노출돼 있는 농작물의 재배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공·유통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해남군이 노력하고 있다. 브랜드화에는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해남읍내 한 베이커리의 해남고구마빵의 약진은 고무적이다. 외지인들이 아무런 불평불만도 없이 갓 구워낸 빵을 사기위해 줄을 서는 풍경도 목격된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도 진출했다. 이제 이 고구마빵이야말로 'H-브랜드'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영화 '기생충'의 쾌거로 '짜장구리'도 'K-푸드'의 대열에 합류했다.

브랜드는 문화와 관광과도 연결된다. 잘 익어 하얀 김과 함께 노란 속살의 해남고구마와 칼을 대자 뇌를 자극하는 ASMR소리와 함께 노란 속살을 드러내는 해남배추의 홈쇼핑 광고장면은 고향을 떠난 도시민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 장면을 도시의 지인들과 함께 본다면 고향 해남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내 고향이 해남이여!"라며.

'H-브랜드', '해남관광'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 듯 세월이 필요하다. 그 세월을 앞당기는 것이 해남군, 해남군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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