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교육참여위원장)

 
 

'검찰개혁' 하면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없는데 추미애와 윤석열의 싸움이라는 프레임을 잡아서 보도하면 사람들의 흥미를 쉽게 끈다. 그만큼 검찰개혁의 문제는 밀려나고 갑남을녀의 싸움처럼 바짓가랑이를 누가 먼저 잡았느냐는 쟁점만 남는다.

눈앞의 사실도 중요하지만 거시적이고 역사적 눈으로 보면 더 잘 보이는 문제도 있다.

역사 속에서 개혁을 마주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언제나 완강했고 그 저항에 밀려 개혁이 실종되는 경우가 많았다. 검찰 권력의 축소와 쪼개기 과정에서 저항이나 반발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사사로이 타인의 정보를 취득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란 딱지가 붙는다. 통장 하나를 새로 만들려 해도 생년월일과 주소를 제공하면서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합니다'에 체크를 하고 동의 사인을 한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개인 인적사항 등의 정보를 요구해선 안 되고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 젊은 세대들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것저것을 시시콜콜 캐묻는 사람을 싫어하고 이상하다고 여긴다. 세상은 변했다.

옆자리에 새로 발령받은 교사의 고향과 졸업학교를 학교를 떠날 때까지 나는 끝내 묻지 않았다. 물어보거나 알려고 하는 것도 결례가 되는 세상이다. 자신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묻지 않아야 하는 게 맞다.

공개된 문건에서 내가 제일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은 특정 판사의 고졸, 대졸 학교가 파악되어 적혀있다는 사실이다. 사소하고 흔한 정보라서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이 정보를 통해서 판사에게 접근할 수 있고, 판사 개인의 약한 고리를 검사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가능성은 없을까 하고 걱정하는 건 나의 소심일까.

검사와 판사 사이는 서로 개인 정보를 파악해서는 안 되는 관계다. 검사와 판사는 '법의 집행과 판단'이라는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위치에서 공적업무를 보기에 공정함을 생명처럼 중요시해야 할 위치다. 공정을 해치는 침방울이라도 튀어선 안 되는 거다.

오래 전에 고 노회찬 전 의원은 삼성이 주요 판·검사들에게 뇌물 돈봉투를 주면서 관리해왔다고 폭로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경악했지만 사람들은 그러려니, 그랬겠지 하고 넘어갔다. 문제를 폭로한 사람만 의원직을 잃는 어이없는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그 자들이 처벌받았다는 후속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그 때 내가 놀란 대목이 있다. 자기 양심을 지키려고 끝까지 돈봉투를 거부한 사람들 중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을 삼성은 따로 파악해 관리한다는 사실이었다.

취향이란 미묘하고 강한 것이라서 돈봉투 물리치기보다 고급 와인을 거부하기가 더 어려운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삼성은 알고 있었다. 당신의 고상한 취미를 존중한다는, 돈도 아니고 술 한 병 주고받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는 의미를 외형으론 담고 있지만 그 와인 가격이 기백만 원이다. 어떤 면에선 좋은 와인이 돈보다 더 강력하게 공정을 흔들 수도 있다. 삼성은 현금 전달의 곤란성을 넘어서고 개인적 취향을 파악하여 목표물에 접근할 통로를 쥐고 관리했던 것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졸업한 대학, 고교 파악은 해당 판사에게 접근하는데 아주 긴요할 수 있다. 공정한 재판진행에 학력사항은 아무 필요가 없다. 특히 ○○○ 판사는 '검찰 간부의 처제' 같은 사실이 파악되어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판사에게 사적으로 접근할 통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나의 의심은 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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