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채(해남문화관광 해설사)

 
 

대한민국의 해남 땅끝의 상징성은 사라지고 말 것인가.

국회에서 지난 18일 호남고속철 완도경유 제주 연장건에 대해 서울과학대학교 강승필 교수의 '국가 기간통신망과 호남제주 고속철도 구축방안' 주제발표에 이어 7명의 패널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은 우리 해남지역 국회의원인 윤재갑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4명이 주최하고 정부의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 당시 해남 경유 제주도 연장안이 활발하게 토론되고 건설비용 16조원, 경제적 파급효과 얼마 등등 한창 논의되다가 제주도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유야무야되고 말았는데, 생뚱맞게 완도경유 제주도 연장방안이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니 해남 사람으로서는 너무 기가 찰 일이 아닌가?

지금의 전남도지사가 완도 출신이어서 그런다면 기우겠지만, 전남도민들과 우리 해남, 완도, 진도 지역민들과 공청회 한 번 열고 의견수렴이라도 가졌는지, 내 기억에는 없다.

영남지방의 국책사업이 김해공항, 가덕도 '왔다리갔다리' 하는 꼴과 다름이 없을 것 같다. 우리 지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해남군수는 최소한의 의견을 들을 수 있게 공청회라도 한 번 개최했으면 한다.

해남 문화관광해설사를 하면서 죽어라고 내 고향 해남을 홍보하고 지역특산품을 사달라고 이야기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기간산업 인프라가 없다면 관광객이 접근할 수 없고,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현산 고담에서 갈라져온 땅끝 가는 길과 완도로 가는 4차선 도로를 생각해보자. 그게 해남과 완도의 차이다. 신지와 송호 해변의 차이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해남 패싱, 강진 경유 완도고속도로, 완도 경유 제주호남고속철은 미래의 낙후된 해남을 보는 듯하다.

지금도 완도대교가 연결되니 완도읍은 육지다. 그래서 완도 어느 지점이 땅끝이라고 관광객들에게 선전하고, 명량대첩은 진도라고 우기는 판이다.

해남사람으로서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 또다시 일어난다면 해남사람들은 항상 '물감자' '풋나락'이라는 말만 듣고 살아야 할까.

제발 정책을 이끌어갈 위치에 있는 높으신 분들께서는 심사숙고하시어 선거 때 표만 달라고 하지 말고 그런 기간산업 인프라 구축에 공청회라도 열어 수렴된 의견으로 해남을 발전시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해남이 낳은 걸출한 고산 윤선도 선생의 유적지를 보러 보길도로 가는 관광객들을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보며 연동의 녹우당은 어떨까 비교해 보면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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