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공연준비를 위해 탈춤 연습을 하고 있다.
▲ 학생들이 공연준비를 위해 탈춤 연습을 하고 있다.
▲ 자신들 몸집만한 배추를 학생들이 들어보이고 있다.
▲ 자신들 몸집만한 배추를 학생들이 들어보이고 있다.

사랑으로 폐교 위기 극복

해남읍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마산초등학교 용전분교장. 마산서초등학교가 1997년 지금의 용전분교로 바뀌었다. 해남에는 3곳에 분교장이 있었지만 한 곳은 통폐합됐고, 다른 한 곳은 학생이 없어 휴교 상태라 용전분교장은 해남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유일한 분교이다.

용전분교장은 지난 2003년 전교생이 4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를 맞았지만 학교가 있어야 마을이 있다는 인식 속에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노력해 한 때 전교생이 60명까지 늘어났다.

교사는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를 신입생으로 입학시킨 뒤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인근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학교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또 학부모들과 지역민들이 학생들을 위해 강사로 참여하며 다양한 맞춤형 방과후 수업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새날 문화축제를 해남읍 등에서 해마다 열며 지역축제로 성장시키고 학교 알리기에 활용해왔다.

학생 수가 적어 강당도 유치원도 돌봄 교실도 없지만 방과 후에 이들을 엄마처럼 품은 곳도 지역사회이다. 용전분교 학생들은 방과 후 공부방이라 불리는 인근의 새터지역아동센터로 이동해 그 곳에서 다시 놀고 공부한다.

현재 용전분교장의 학생 수는 13명. 학령 인구 감소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최근 학교 진입로에는 바람개비가 설치됐고 학교를 가리고 있던 잡목은 제거돼 외부에서 학교 풍경이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기적과 희망을 바라는 학교의 움직임도 다시 시작됐다.

텃밭과 축제, 나날이 새로운 학교

지난 16일. 학교 텃밭이 시끌벅적하다. 이날은 교사와 학생들이 텃밭에 키운 배추를 일부 수확하는 날. 학생들은 자기 몸집만한 배추를 힘겹게 들어보기도 하고, 배추밭에 있는 무당벌레 등을 잡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박다률(3년) 학생은 "선생님하고 친구들하고 직접 심고 처음에는 조그마했는데 무겁게 커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사들과 모종을 하고 잡초를 제거하고 물도 주며 직접 키운 배추를 이렇게 수확해 김장김치 담기 체험을 하고 집으로 가져가거나 경로당 등 지역 어르신들에게 전달하기도 하며 수확과 나눔의 기쁨을 함께 하고 있다.

텃밭에는 배추를 비롯해 고구마, 상추, 밀, 양파, 시금치 등 계절에 맞춰 다양한 채소와 농작물을 키우고 있는데 학생들을 위한 생태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같은 날 동아리실에서는 소고춤과 탈춤을 연습하는 학생들로 분주했다. 해마다 열고 있는 마을축제인 새날 축제가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20일 본교인 마산초에서 학생들의 간단한 공연만으로 펼쳐지게 됐지만 연습에는 소홀함이 없다. 특별히 준비한 것이 아니라 소고춤과 탈춤 모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 강사가 파견돼 정규 과목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서놀이의 하나이다.

그냥 배울 때와 달리 공연용이라 동선도 익히고 동작도 크게 해야 해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멋진 공연을 보여주려는 의지는 남달랐다.

박주영(6년) 학생은 "탈을 쓰고 춤을 춘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고 박현준(5년) 학생은 "공연 때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용전분교장만의 특별함

용전분교장의 정서놀이는 특별하다. 공동 놀이를 통해 학생들의 상호간 유대감을 형성시키고 정서적 안정감과 배려, 협동심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젓가락 콩나르기부터 인성트리 만들기, 바람개비 동산만들기, 땅따먹기 등 다양한 전래놀이와 창작놀이, 공동 놀이로 운영되고 있다.

또 놀이 활동을 적용한 수업방식도 특색으로 삼고 있다. 교사와 전교생이 함께 참여해 송편 빚기와 만두 빚기 등 음식 만들기를 체험하고 매주 수요일 5교시에는 전교생이 체육활동을 하며 서로 소통하는 시간으로 삼고 있다.

지역사회는 지난해 서울과 성남, 목포 등 도시지역 아이들 10여명을 초청해 용전분교장 학생들과 어울리며 직접 시골살이를 체험하도록 하는 캠프를 마련했다. 새날축제를 해남공원 등 해남읍에서 개최했던 것처럼 학생 유치를 위해 계속해서 힘을 모으고 있다.

세 자녀를 모두 용전분교장에 보내며 현재 막내가 6학년에 재학 중인 박승규 목사와 김정희 씨 부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분교장이라 해서 학생 수가 적다고 해서 폐교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작지만 가까이에 있고 마을의 버팀목이 되며, 작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가 큰 학교로서 교육당국과 지역사회의 계속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어엿한 2학년, 텃밭 대장!

용전분교장에는 또 다른 마스코트가 있다. 지난해 신입생으로 입학한 마정순(89) 할머니와 김성례(69) 할머니가 배움의 기쁨을 하루하루 키워나가고 있다.

배움의 한을 풀게 됐다며 눈물로 입학식을 가졌던 두 할머니는 이제 어엿한 2학년으로 간판글씨도 읽고 동화책도 큰 소리로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림 그리기는 취미가 됐고 텃밭 가꾸기 때는 학생들의 대장 노릇을 한다. 

김성례 할머니는 "학교에서 배우고 집에 오면 금방 잊어버려 어렵지만 학교생활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 용전분교장 급식실 벽에는 천사 날개가 그려져 있다. 몇 년 전 대학생들이 찾아와 학생들과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그려 넣은 것인데 학교에서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이른바 '포토존'으로 불리고 있다.

학생들은 물론 지역주민들, 학교를 찾은 외지인들이 이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담는다.

기적과 희망을 일궈냈던 마산초 용전분교장의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천사이다. 그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이 용전분교장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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