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의 '6도짜리 고집' 버리고
9도·12도 막걸리 시장에 도전장

▲ 한홍희 삼산주조장 대표가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해 막걸리를 젓고 있다.
▲ 한홍희 삼산주조장 대표가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해 막걸리를 젓고 있다.

해남읍에서 대흥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왼편에 3대를 이어 막걸리를 만들어오는 삼산주조장이 있다. '알코올 도수 6도짜리'를 줄곧 고집해오던 이 곳 삼산막걸리가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구도(9°)막걸리'와 '십이도(12°)막걸리'라는 새 제품을 지난 14일 동시에 출시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구도와 십이도막걸리는 기존 육도와 만드는 과정이나 재료가 확연히 다르다. 기존 막걸리는 쌀과 밀가루를 절반씩 섞어 누룩으로 빚으며 당귀를 첨가한다. 밀가루가 들어가면 목 넘김이 좋고, 당귀는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다.

이와 달리 '구도'와 '십이도'는 찹쌀과 맵쌀을 각각 절반씩 섞어 누룩과 함께 25일 정도 숙성시킨다. 이에 앞서 쌀로 1주일 정도 발효시키는 밑술이 들어간다. 밑술은 발효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묵은 술. 해남에서 나온 찹쌀과 맵쌀로만 빚은 막걸리는 담백하고 순수한 맛을 낸다. 감미료 등 첨가물이 전혀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도와 십이도의 차이는 원주(발효시킨 원액으로 알코올 도수 15~18도)와 물의 배합 차이이다. 당연히 십이도막걸리의 원주 배합비율이 높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막걸리일수록 유통기한도 길다. 6도짜리가 20일인 반면 9도는 30일, 12도는 60일 정도이다.

삼산주조장 한홍희(54) 대표는 "전통적인 의미의 막걸리는 농주로서 새참 역할을 했다"면서 "요즘 애주가들 사이에 배부른 막걸리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다소 높은 고급스런 취향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할아버지 때부터 고집해오던 6도 막걸리를 유지하면서도 70년 만에 9도, 12도짜리를 선보이게 됐다.

그는 3대째 '주조장 집안'이다. 조부가 1950년 송지에서 산정주조장(현 송지우체국 자리)을 시작해 40년만인 1990년 지금의 삼산주조장을 인수했다. 부친이 작고한 뒤 어머니(이중자·81)가 주조장을 운영해오다 나이가 들면서 5~6년 전부터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뜻을 내비쳤다. 결국 그는 28년간 몸담았던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2년 전인 2018년 퇴직하고 가업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보다 2년 앞서 동갑내기인 아내(이혜옥)가 서울에서 막걸리학교 과정을 통해 전통주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먼저 해남으로 내려왔다.

한 대표는 송지 산정주조장이 탯자리이다. 동초와 해남중, 전남고, 조선대를 졸업했다. 아내도 해남읍 출신이다.

그는 "어머니는 23살 나이에 갓 시집온 색시 때부터 지금까지 60년 가까이 막걸리 제조에 몸담았다"며 "막걸리 달인이라고 여기는 어머니로부터 여전히 전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머니는 지금도 '막걸리는 저가로 먹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삼산막걸리(750㎖ 기준)의 소비자 가격은 6도짜리가 1300원이지만 9도가 5000원, 12도가 7500원으로 다소 비싸다. 이에 대해 그는 "새로운 막걸리의 원재료 가격 부담이 워낙 크다"면서 "12도짜리 한 병은 소주 한 병 반 정도의 취기로 나타나 소주를 즐기는 분들도 막걸리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삼산주조장의 야외는 지난해 전남도의 식품산업화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비용의 60%를 지원받아 새롭게 단장됐다. 주말과 휴일이면 찾아오는 단체 관광객들에게 휴식과 체험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다소 주춤하지만 현재 해남군의 시티투어, 달마고도 1박 2일 트레킹 등 3개 여행상품의 코스에 포함되어 있다.

아내 이혜옥 씨는 "제주나 강원도 등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돌아간 뒤에도 택배 주문을 많이 해온다"면서 "외지인들에게 막걸리 체험 등을 통해 해남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해남에서는 삼산주조장 등 모두 6개 회사가 막걸리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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