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가마 50m 최대 규모
강진보다 이른 시기 추정

▲ 청자가마에서 최초로 발견된 불창시설.
▲ 청자가마에서 최초로 발견된 불창시설.

화원 청자요지 발굴조사 결과 불창시설이 발견되면서 해남지역에서 강진보다 이른 시기에 고도의 기술을 토대로 한 독자적인 고급 청자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초기 청자의 구조와 계통을 밝히는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남군은 지난 6월부터 6개월간에 걸쳐 해남 화원면 청자요지 발굴조사를 실시했으며 지난 10일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50m에 이르는 가마 1기와 좌·우로 폐기장 3개소가 확인됐다.

불창시설이 조성된 진흙가마의 길이는 50m에 이르며 지금까지 조사된 한반도 남서부지역 진흙가마(토축요) 중 최대 규모다. 그동안 한반도 남서부지역의 초기 청자가마의 길이는 약 20m 이내의 소규모 토축요로 알려져 있다.

(재)민족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는 "이곳은 청자요지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을 오래 머물며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불창시설이 2.5m 간격으로 설치돼 건조실마다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에서 발견된 청자는 중국에서 제작된 최고급 청자로 꼽히는 비색(秘色)청자와 비슷한 올리브그린 색상을 보이고 있어 최고급 청자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강진보다 빠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고려 비색청자의 비밀을 푸는데도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서는 검은 빛의 도자기인 흑자도 함께 출토됐으며 이는 서남부 토축요의 중요 특징이라고 한다.

이번 발굴조사로 한반도 청자역사를 재정립할 주요 유적·유물들이 다량 출토됨에 따라 해남군은 강진, 부안군과 함께 추진 중인 고려 청자요지의 세계유산 등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남·강진·부안에는 총 450여기의 청자요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고려청자요지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생산지다. 이에 3개 자치단체는 지난 3월 업무협약를 체결하고 '한국의 고려청자요지' 세계유산 등재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

한성욱 조사단장은 "강진은 500여년 동안 200여기가 조성된 반면 화원에서는 100여년 동안 60여기가 조성돼 그만큼 대량생산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발굴조사 결과는 초기 청자사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정도의 발견이다"고 강조했다.

해남군에는 사적 제310호로 지정된 산이면 '해남 진산리 청자요지' 100여기와 전라남도 기념물 제220호로 지정된 '해남 화원면 청자요지' 80여기 등 총 180여기의 요지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지표조사 결과 미지정 요지까지 포함하면 총 200여기의 요지가 분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