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졌다. 보일러를 틀고 따뜻해진 방에서 TV를 보는데 낯익은 장소가 나온다. 가수 하림의 공연이 고산 윤선도유적지 녹우당 앞뜰에서 펼쳐진다.

전라남도 각 지역 출신 가수가 공연을 하면서 지역도 같이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해남은 북평면 오산마을에 친가를 둔 가수 하림이 나왔다. 어릴 적 해남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동네를 돌아보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지인들도 만나 담소를 나눈다. 방송을 보는 내내 해남의 잔잔한 바다, 단풍이 드리워진 산자락, 조용한 시골길의 풍경이 하림의 음악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마지막에 나온 '할머니의 바다'라는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바다에는 할머니가 많아. 할머니 곁에 늘 아이들이 있네. 아이들은 할머니를 좋아하네." 가사가 3절까지 있다면서 노래를 이어가는 하림의 얼굴이 정겹다. 가사로 쓰고 싶은 추억이 많은가 보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할머니를 따라 바다에 나가 뛰어놀던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문득 하림의 할머니 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관광지가 있겠지만 이런 식의 힐링 포인트를 짚어주는 조용한 쉼을 얻고 싶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고향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있다. 단순히 태어나서 자란 곳이란 뜻을 넘어 언젠가 다시 가고 싶은 곳,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 고향이다. 고향은 공간이며 시간이며 마음이라는 세 요소가 불가분의 관계로 굳어진 복합된 심성이라고 한다. 내가 고향을 떠나 있든 고향에 살고 있든 고향이 주는 포근함과 그리움은 살아가는데 참 힘이 된다. 이번 방송은 이런 고향의 감정을 잘 녹여낸 것 같았고 특히 해남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방송 연예인들의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사람을 쉽게 만나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마음까지 닫지 말자. 이번 주말, 시간을 내서 어릴 적 살았던 동네를 한 번 가봐야겠다.

"얼마나 변해있을까." 벌써부터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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