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의 시구처럼 탄풍(彈風) 박풍(朴風) 추풍(秋風) 그리고 노풍(老風)으로 소용돌이치던 4·15는 탄풍과 박풍이 훑고 간 자국에 두 그루의 소담스러운 꽃을 피웠다. 추풍 노풍은 이는가 했더니 금세 그치고 탄풍 박풍만 남아 치고받는 세몰이로 일관했다. 이번 총선은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오직 지지율 제고를 위한 세몰이 이벤트로 시작하여 그 이벤트로 끝나는 인상이 짙었다. 탄풍이 일기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리란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는데 ‘차 떼기 정당’이라는 잉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을 몰아붙이는 탄핵소추의 의결은 역풍을 예상치 못한 실패작이었다. 민의는 한나라당을 떠나 열린우리당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늦게나마 민의를 감지한 한나라당에서는 재치있게 박근혜를 내세워 탄풍을 받아쳤으나 영남을 사수하고 강원에 상륙했을 뿐 서울, 경기, 충청권의 실지 회복에는 역부족이었다. 탄풍으로 어부지리를 얻은 열린우리당은 한 때 지지율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더니 정동영 의장의 말실수로 노풍이 일어 하강 국면에 이르자 정의장의 공개사과, 선대위장 및 비례대표 사퇴 등 임기응변으로 역풍을 잠재우는데 성공하여 16년 만에 처음 보는 과반수의 거대여당을 탄생시켰다. 개정선거법으로 치러진 4·15총선은 헌정사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깨끗한 선거였다. 비록 당선자 중 53명이 입건됐다고는 하나 금품살포나 향응제공 등의 구태는 이제 설 땅을 잃고 말았다. 다만 정당이나 개인연설회가 없어지고 유인물에 의해 선거를 치르다보니 후보들의 정견이나 자질이 유권자들에게 잘 홍보되지 못하고 세몰이에 휩쓸려 투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은 연구해 볼 과제다. 개정선거법에서 1인2표제를 택한 것은 훌륭한 착상이었다.이 선거법 덕택으로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명 비례대표 8명을 얻어 제3당으로 급부상하여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도는 허물어질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아성인 영남권을 열린우리당이 다소 입성했는가 하면 민주당의 아성인 전라도, 민자당의 아성인 충청도를 열린우리당이 석권하는 등 지역성 탈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번 총선은 여성후보 39명을 당선시켰다. 우리는 이들에게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파벌, 금권, 정쟁 등의 틀을 깨는 기수가 되고 실물경제 해결의 선봉장이 돼주기를 기대해 보자. 이젠 모든 정치인들이 16대의 구각은 벗어 던지고 상생의 정치로 민생안정과 경제 살리기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준 민의가 행여 노무현 정부의 1년 평가라고 자만하거나 오인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오직 여당이자 제1당인 책임정당으로서 겸허하게 포용하는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과거처럼 무 대안으로 반대나 일삼는 행위는 이제 그만 둬야한다. 정책을 개발하여 제안하고 절충하며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은 17대 국회의 수확일 수 있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급진적 진보보다는 점진적 진보를 그리고 거리의 노사문화를 제도권에서 풀어가는 중재자로서 공헌하기를 기대해 보자. 루소는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가 된다”고 했다. 이 말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