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이 갓 잡은 어물 직접 내다팔아
돌게·문어·전어·주꾸미 '제철'
철마다 수확한 각종 농산물도 풍성

 
 

북평 남창(南倉)은 완도로 들어가는 곡물 등 각종 물품이 잠시 비축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다. 남창은 해남, 강진과 완도를 이어주는 교통 길목이다. 이 곳과 완도를 이어주는 다리가 생기기 이전에서 모든 물동량이 모였다.

완도에서 배에 싣고 나오는 각종 생선도 모여 들었다. 남창 5일장은 완도 사람이 육지로 나오거나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성시를 이뤘다. 남창 시장은 해방 공간인 1945년 즈음 시작됐다. 5일장으로서는 1964년 개설된 것으로 공식 기록되어 있으나 이전부터 농수산물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자연스럽게 거래가 이뤄지던 장터였다.

2012년 건설된 지금의 완도대교는 남창과 완도를 잇는 세 번째 다리이다. 국도 13호선의 일부 구간인 현재의 왕복 4차선이 개통되자 외지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교통 요충지로서 남창의 위상도 다소 낮아졌다.그래도 면 단위 5일장으로서는 제법 큰 장이 선다. 싱싱한 해산물과 농산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2, 7일 장이 서는 남창 5일장을 주말인 지난 17일 찾았다.

 

 
 
 
 
 
 
 
 
 
 

"어제 잡아온 돌게 한 다라(대야)에 2만원만 주시오."

"산다고 말도 안 했는디 왜 담으요."

새벽부터 좌판에 놓인 어물 가격 흥정이 한창이다. 남창 5일장은 날이 채 밝기도 전인 새벽 5시면 상인들이 모여든다. 전날 완도와 남창 사이 바다에서 잡아 올린 활어가 좌판의 대야에서 펄떡거린다.

남창 5일장은 어물전으로 유명하다. 어민들이 잡은 각종 해산물을 직접 내다판다. 중간상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싱싱한 수산물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가을 한 복판에 선 요즘에는 돌게, 낙지, 문어, 전어. 주꾸미가 제철이다. 특히 전어는 찬바람이 부는 지금부터 기름기가 오르고 있어 가장 맛있다. 보리새우와 참숭어, 보리숭어도 곳곳에 눈에 띈다. 참숭어는 1㎏에 1만원 정도 팔린다. 보리숭어는 참숭어의 절반 정도 값에 나간다. 어쩌다 잡힌 전금상어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봄에는 낙지, 갑오징어, 도미, 암꽃게가 많이 나온다. 겨울에는 숭어가 기세를 부린다.

이 곳에 나오는 활어의 양은 바다의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맑고 평온한 날씨에는 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야 바닷물도 흐려져 고기잡이도 더 수월해진다. 어민들은 저마다 연해에서 잡은 물고기를 시장에 내놓는다. 시장에 나오는 생선은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보듯 그리 많지 않다.

누군가 '허망한 남창장'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강성국 북평면장은 북평이 고향으로 남창장을 여느 사람보다 꿰뚫고 있다. 강 면장은 "예전에 시장에 나온 수산물은 냉동이 거의 없고 양도 많지 않았다"며 "고기를 잡은 어민이 직접 내다팔면서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바다를 매립한 지금의 장터로 2005년 확장 이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창장에는 해산물 뿐 아니라 농산물도 대부분 직접 재배하고 수확해 내다팔고 있다"면서 "허망한 남창장이라는 말도 싱싱한 수산물이 1~2시간이면 다 팔려나가는 바람에 뒤늦게 온 사람들의 입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민이 갖고 나온 해산물이 다 팔리면 시장도 끝나기 마련이다.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은 이런 사정을 잘 몰라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요즘의 남창장은 이른 새벽에 장이 시작돼 오전 8~9시가 되면 가장 붐빈다. 대부분 낮 12시면 파장 분위기이다. 다 팔지 못한 상인들이 오후 3시 정도까지 장을 이어가기도 한다.

3년째 남창전통시장 상인회를 이끌고 있는 양동곤(63·북평 안평리) 회장은 김 양식을 하며 고기도 직접 잡아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그에게는 남창장의 자랑거리가 많다. 우리나라 면 단위 5일장에서 유일하게 바닷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는 것. 물론 활어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양 회장은 "남창장의 수도꼭지를 틀면 활어에 사용되는 바닷물이 그대로 쏟아진다"면서 "특히 장날이면 주차난 해소를 위해 인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차량을 빼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일장 뒤편에 위치한 화장실의 청결을 위해 행정기관에서 청소 등을 관리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일장 옆에는 수협수산물공판장도 자리하고 있다. 고광오(59)씨가 해남군 건물을 재임대해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이 곳에는 어민들로부터 낙지를 위판해 팔고 있으며 전복, 왕새우, 광어, 농어 등의 수산물은 자체 구매해 운영된다.

▲ 남창장 입구에서 파는 국화빵은 손님들의 주요 간식거리이다.
▲ 남창장 입구에서 파는 국화빵은 손님들의 주요 간식거리이다.
▲ 제철 맞은 국화가 남창장 한켠을 수놓고 있다.
▲ 제철 맞은 국화가 남창장 한켠을 수놓고 있다.

남창장에는 각종 농산물도 쏟아져 나온다. 북평은 물론 인근 북일에서 직접 수확한 것이다. 김치를 직접 담가 판매도 한다. 가을을 맞아 국화도 시장 한 켠을 장식하고 있다.

장옥 입구에서 건고추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한 근에 얼마요?", "좋은 것은 비싸고, 안 좋은 것은 싸요. 근디 사지도 안을라먼서 왜 자꾸 물어싸요. 아침부터 장사 안 되게…." 남창장은 '입 아픈 장'이라고도 한다.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가격이며, 어떻게 먹어야 하는 지 물어보기만 한다. 나이 많은 상인들도 일일이 대답하기에 지치곤 한다.

남창장은 점차 쇠락해가는 여느 5일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이 불편을 마다하지 않고 5일장 활성화에 앞장선다. 완도로 가는 4차선이 뚫리면서 이 곳을 들르는 관광객이 다소 줄었더라도 해남에서는 2~3번째로 큰 장을 이어가고 있다. 싱싱한 해산물과 농산물,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직거래 장터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