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식(마산초 용전분교장 교사)

 
 

교사들 모임에서 가끔 '초등학교에서는 뭘 하기에 읽고 쓰고 셈하기도 모르는 학생을 중, 고등학교로 보내는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웃어넘기고 짜여진 학교 일상에 쫓기다 보면 하루가 가고, 기초학력 부족 학생이 우리 학급에 없으면 다행이고 있어도 돌봄교실 가야하고, 방과후 학교 가야 하고, 남겨두고 지도하자니 학생이 반갑지 않은 얼굴이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었다.

왜일까? 초등학교에서는 기초학력 보장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세월 가면 학년 올려 보내고, 졸업시키고 또 새 학생을 맞이하는 일만 반복했을까? 아니다. 무슨 활동이든 했다. 돌이켜 보니 3월이면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구제하기 위해 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식 지필평가를 하여 몇 점 이상은 통과, 몇 점 이하는 기초학력 부족으로 판별하고 미도달 학생 몇을 모아 방과 후나 방학 중에 또 문제 풀이하고 재평가하여 기초학력 부진 학생 없음으로 결과를 정리했는데 새 학기 되어 진단평가하면 또 기초학력 부진 학생은 나타나고 또. 또. 이런 일 들을 반복했었다.

다양한 전문적 진단 없이 지적 성취수준 결과만을 중시한 활동을 했었다. 이런 활동을 반복한 교사로서 깊은 고민이 없었음이 부끄럽고, 초등학교 내내 기초학력 부진 학생으로 이름을 올리다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정상적 교육활동의 변두리에 밀려나 있었을 학생들의 인내력이 안타깝다. 이런 효과성 없음은 물론 대상 학생들에게도 안타까운 인내심을 기르는 방법이 아닌 다양한 효과적인 제도나 정책은 없는가?

공교육의 목적이 몇 소수 인재를 기르는 것이 아니고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원활하게 자기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초적인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기에 기초학력 보장은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필자도 이런 노력들을 접할 때는 그동안 해왔던 깊은 고민 없었음과 기초학력 부족 학생이라는 낙인을 달고 참고 학교생활을 보낸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 희석되는 느낌도 든다.

교육에 대한 어떤 제도나 정책도 현장에서 실천될 때는 분명 문제들이 나타난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제도나 정책도 그렇다. 필자는 기초학력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아야 함을 주장하고 싶다. 기초학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단순히 지식이나 학습 부족이 아니다.

학습에 대한 의욕 부족, 지적 호기심 부족, 주의력 결핍, 난독증, 경계성 지능, 관계의 어려움, 가정환경에 의한 언어능력 미숙, 신체장애 등 정서적 심리적 요인들과 얽혀있고 원인도 가정 여건이나 사회문화적 환경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런 복잡한 관계를 찾아 원인과 분석은 없이 단지 양적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기초학력 부진 학생으로 구별해서 다양한 차이 무시하고 한곳에 모아 지도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고 해결도 되지 않는다.

학교는 현재의 지위 세습을 튼튼하게 해주는 장치로 전락해서는 절대 안 되는 곳. 부디 지금도 남아있는 지적성취 수준 결과가 중시되는 기초학력의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정규수업과 교육활동으로는 원활한 성장과 발달을 이룰 수 없는 학생들을 찾아내서 이들에게 개별적 지원을 제공해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활동이 교사들과 학교 현장과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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