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해남고 미술동문회장 서양화가)

 
 

'풋나락'은 해남사람들에게 떠오르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하나는 아직 여물지 않은 나락(벼)이라는 뜻과 풋나락전이라는 미술작품전이 그것이다. '풋나락전'이 미술작품전으로 해남사람들에게 인식되게 된 것도 긴 시간이 존재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1987년 2월 해남고등학교 미술부 출신의 청년미술학도들이 모여 고향 해남의 문화예술 발전에 작으나마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해남YMCA에서 '풋나락전'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3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전은 22회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부득이 작품전을 개최하지 못하는 해도 있었으나 그 맥은 끊이지 않고 이어왔다.

당시 해남은 예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변변한 미술단체 하나 없었으며, 작품전이라 해도 어르신들의 서예나 동양화라고 일컬어지는 관념산수화 정도를 다방벽면에 걸어놓고 전시하는 것이 다였다. 그러한 해남에 '풋나락전'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장르(한국화·서양화·디자인·서각·조소·도예·사진·일러스트·공예·설치미술·미디어아트·메디컬아트 등)의 미술작품들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풋나락전' 이후 (사)한국미술협회 해남지부가 생기고 지금은 여러 미술단체들이 해남에서 작품전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풋나락전'이 뿌린 작은 밀알이 이제는 해남미술의 든든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음에 자긍심과 긍지를 느낀다.

'풋나락전'은 해남고 미술부 동문들의 작품전이다. 해남고 미술부는 1977년 1기를 시작으로 현재 해남고 재학생들이 44기까지 이어지는 44년이라는 깊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해남고 미술부 학생들이 미술대학에 진학하면 '풋나락전'의 회원이 되어 작품전에 참여하면서 선후배의 끈들이 지속적으로 연계되고 있다.

44년이라는 세월 동안 미술부가 지속되면서 작품전을 통해 선후배가 고향에서 수십 년 간 꾸준히 전시를 하는 것은 서울 등 대도시 어느 명문고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사례인 것이다.

해남고 미술동문회는 다수의 미술학사, 석·박사와 대학교수, 미술교사, 작가 등을 배출하였으며 백수 십 명의 동문들이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33년 전에도 그러하였듯이 해남고 미술동문회와 풋나락전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고향 해남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작품전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이다. 문화예술은 우리가 지키고 발전시켜야할 시대정신이며 미래의 소중한 가치이다. 해남 군정과 문화예술을 담당하시는 분들의 깊고 세심한 관심과 정책적이고 현실적인 지원들이 있을 때 '예향 해남'의 문화예술은 더욱 발전하고 빛날 것이다.

'사라향'(沙羅鄕)은 큰 읍(大村)을 뜻하는 해남의 옛 지명이다. 이름에 걸맞게 문화예술이 활짝 꽃피는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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