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뜨는농장은 청년들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농업을 비롯한 다양한 능력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 해뜨는농장은 청년들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농업을 비롯한 다양한 능력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 싣는 순서 |

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새로운 방법
② 농업을 통한 치유와 직업재활, '행복농장'
③ 청년들의 인큐베이터 '청송해뜨는농장'
④ 여성농업인을 위한 언니네텃밭
⑤ 네트워크 구축으로 역량 강화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⑥ 이방인들의 지역정착에 도움 '야호해남영농조합법인'
⑦ 농어촌지역에서 필요한 사회적 농업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농업현장은 이론만 가지고는 성공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경북 청송군 현동면에 있는 해뜨는농장은 청년들이 농업현장인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며 교육하고 있다.

해뜨는농장은 경북대학교 원예학과 동문인 조옥래·윤수경 부부가 운영하는 사과농장이다. 청송에 연고는 없지만 지난 2001년 사과농사를 위해 청송으로 귀농했다. 지역내 기반이 없다보니 갖은 고생을 하며 사과농장을 일구어 점차 자리잡아가기 시작했다. 농장을 운영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일손을 구하는 것이었다. 사과로 유명한 청송은 일손이 필요한 시기면 모든 농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컸다.

조옥래 씨는 "일손이 필요하던 차에 농업계 대학에 다니는 청년들이 농업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데 전공과는 무관한 일들을 하고 있어 후배들이 농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 후 농업분야에서 일하게 될 청년들이 미리 농업현장에서 체험해보는 것이 차후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단순히 농장에서 일을 한다는 개념이 아닌 영농활동과 더불어 농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함께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뜨는농장은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청년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경북대 현장실습농장으로 지정돼 주말과 방학 등에 농장을 찾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대학교에서 단체로 현장실습을 오기도 하고 장기적인 미래를 보고 배우고자 농장을 찾는 청년들도 생겼다.

귀농 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조 씨 부부는 청년들이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 없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농장의 일손이 부족해서 노동력을 메우고자 청년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직접 농사를 지어보며 영농방법을 익히고 가공과 판매도 함께하면서 다양한 기술들을 전수하고 있다.

해뜨는농장에서는 단순히 노동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농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술도 익히고 선진지 견학을 통해 농업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사과농사 외에도 인근 농가들과 연계해 다양한 작물을 키워볼 수 있고 교류하며 농촌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배운다.

윤수경 씨는 "처음에는 귀농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시기여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했다"며 "도시에서 생활하던 청년들이 농촌에서 사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농촌생활을 미리 경험하면서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든 청년들과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함께 찾아가서 배우고 청년들이 다양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도 늘리기 시작했다"며 "농장운영에도 시간이 빠듯했지만 청년들과 함께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

 

▲ 해뜨는농장에서는 농업 외에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다양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해뜨는농장에서는 농업 외에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다양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귀촌 능력 키워

해뜨는농장이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사과농장을 기반으로 묘목 눈접 붙이기부터 선별, 포장, 가공,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다루고 사진과 목공, 전기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도시농업이나 청년들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을 방문하고 로컬푸드나 소비자 직거래 장터 등을 둘러보며 소비 트렌드도 분석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청년들은 자신들의 꿈을 구체화시키며 농촌 정착을 위한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2018년 전까지는 모든 프로그램을 해뜨는농장에서 자비로 운영했다. 개인농장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다행히 지난 2018년에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 농업 시범농장으로 선정되면서 프로그램을 위한 운영비가 지원되기 시작했다.

해뜨는농장은 청년들이 농촌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며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해뜨는농장에서 만난 청년 5명은 청춘상상랩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청춘상상랩은 가구점이 없는 농촌에 가구공방을 만들어 주민들이 필요한 가구를 팔거나 수리하고 농산물 판매를 위한 사진을 찍어주는 창업아이템을 선보이며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2018 농촌공동체회사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해뜨는농장은 창고 부지를 내어주면서 목공방과 스튜디오 등 청년들과 마을주민들의 커뮤니티와 작업공간으로 쓸 수 있는 청년괴짜방이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청년괴짜방은 경상북도에서 만든 청년들의 창업 지원 네트워크 공간이다.

청년들과 함께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도시와는 다른 농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농사일을 함께 하더라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니 효율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청년들과 함께하는 길을 택한 해뜨는농장의 조옥래·윤수경 씨 부부는 농촌의 미래를 위해선 청년들이 농촌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과 자신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윤수경 씨는 "청년들이 농촌에서 살고 싶어도 농촌 현실을 알지 못하면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농사만 잘 지으면 될 줄 알았던 농촌생활은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것도 필요해 청년들이 농장에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닌 마을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도움을 줘도 청년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성과가 나지 않는다"며 "단순히 체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교육이 되려면 청년들의 마음가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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