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경어법이 발달한 언어이다. 공손하게 존대어를 쓰다보면 행동거지가 조신해지고 마음도 따라 점잖게 예의를 차리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깍듯해서 좋은 존댓말일지라도 지나친 공대어는 듣기 거북하다. 더구나 존댓말을 사람에게 쓰지 않고 물건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어머니 약을 타려고 약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귀에 거슬리는 말들이 꼬리를 잇는다. "그냥 털어 드시면 되는 약이시구요. 약값은 2500원 되세요.", "약값은 만 오백 원 나오셨습니다.", "이 파스는 얇아서 잘 붙으세요. 아대(보호대)가 좀 비싸세요." 등 과잉된 공대어를 듣고 있으려니 심기가 거북하다. 손님을 높이는 건지, 약을 높이는 건지, 약값을 높이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쩌다 백화점에 가면 존댓말에 놀랄 일이 더 많다. "고객님, 오늘 나온 신상이신데요. 색상도 고급이시구요. 디자인도 멋지세요." 공손함이 넘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뿐이 아니다. "이 구두는요. 다른 매장에는 안 계세요. 가격이 좀 쎄시긴 하지만 무지외반증이 계신 고객님들께 인기가 많으세요."등 구두점 젊은 남성의 공대어도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곳곳에 존댓말 서비스가 넘쳐나지만, 당연히 사람이 받아야 할 존대가 잘못 쓰이고 있다. 은행에 가면 통장이나 도장까지 우대를 받으며, 커피집에선 "고객님,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하니 커피가 한껏 존대를 받는 것이다.

존댓말을 쓴다는 것은 경의를 나타내는 것이며, 상대에 대한 예우를 함으로써 자신의 품위를 갖추게 된다. 말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도구이기에 아무렇게나 사용한다면 자신은 물론 상대의 품격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그러므로 존대어를 적절히 쓰는 것이야말로 언어로 인격을 다듬는 일이며 세상을 반듯하게 꾸려가는 길이 될 것이다.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필자 소개> 
· 성제훈 박사, 1967년 화산면 명금마을 출생
· 전남대학교 농학박사 취득
· 현)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 재직
· 저서) 우리말 편지Ⅰ·Ⅱ
·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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