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순례문학관서 두 달만에 재개
이원화 작가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임"
수강생들 "읽고 글쓰는 매력에 빠졌다"

▲ 백련재 문학의집 다목적실에서 열리고 있는 화요소설모임. 땅끝순례문학관 자료사진.
▲ 백련재 문학의집 다목적실에서 열리고 있는 화요소설모임. 땅끝순례문학관 자료사진.

"조그마한 밭농사를 한다. 오늘도 하루 종일 깨를 털면서 퍼져 나오는 향기, 그리고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일을 했다. 처음에는 글쓰기에 문외한이어서 수업 참여를 망설였다. 이젠 내가 떠올리는 글자들, 문맥들을 연결하는 노하우를 배워 살아왔던 이야기, 살면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글로 옮기고 싶다."(고문희·주부·72·해남읍)

"시(시조)를 써왔다. 올해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도 했다. 조용한 녹우당에서 책을 읽으려고 왔다가 이 강좌를 접했다. 소설 쓰는 사람은 어떻게 살지 궁금하기도 했다. 소설의 구조나 시놉시스(줄거리) 등을 배워보고 싶었다. 소설은 일반인과 가까운 이야기이다. 작품을 낭독하는 시간이 참 좋다."(김미진·교육공무원·57·강진)

코로나19 여파로 깊은 잠에 빠진 문학의 세계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소설과 글쓰기를 익히고 작품도 만들어나가는 '화요소설모임'도 중단 2개월 만인 지난 13일 다시 문을 열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동안 백련재 문학의집 다목적실에서 갖는 이 프로그램은 오랜 만에 재개된 탓인지 이날 강좌에는 20명의 수강생 가운데 6명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이번 교육은 서영은의 소설 '먼 그대'를 읽고 토론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 이원화 소설가
▲ 이원화 소설가

땅끝순례문학관 상주작가 이원화(51) 소설가는 이 프로그램을 2년째 이끌고 있다. 이 작가는 완도 금일 출신으로 200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길을 묻다'로 등단했으며, '키스가 있는 모텔'(2013), '꽃이 지는 시간'(2016), '임을 위한 행진곡'(2017)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원화 작가는 "소설에 대해 자유롭게 서로 얘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강의가 아니라 모임"이라면서 "소설을 읽은 후 소감을 주고받는 과정을 보면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면서 "지난해 수강생들의 문집도 계획했으나 이럴 경우 신춘문예 응모작에 출품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유리 학예연구사는 "군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마련된 화요소설모임에 올해 40명 정도 신청했으나 20여명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수강한 농부화가 김순복 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권유를 받아 이 곳에서 올해 개인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송순례(64) 해남군의원도 화요소설모임 수강에 열정적이다. 송 의원은 이날 강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감정이 메말라 일기 한 장 못 쓰는 사람이지만 이젠 90살이 되어서도 자서전과 소설을 쓰는 꿈을 갖고 있다"면서 "지도 작가와 동료 수강생들에게 물들어 늘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자체만으로 든든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화요소설모임은 당초 27강으로 구성됐으나 코로나19로 중단되면서 줄었다. 종강은 예정대로 12월 15일 이뤄진다. 땅끝순례문학관에서는 화요소설모임 이외에도 '시창작교실'이 이번 주 목요일 재개되며, '내 생애의 희로애락-자서전 쓰기반'(수요일 오후 2~4시)과 '전시작가 연구모임'(목요일 오후 2~4시)은 다음 주 개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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