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한글교실 중단에 볼멘소리
문해강사도 안전 우선이나 생계 위협
군, 고위험군으로 대책에 어려움

"이 눔의 코로나 때문에 한글도 배울 수 없고 참말로 불편허요."

하루하루 집으로 찾아오는 문해 강사에게 '이렇게 쓰는 거 맞소' 하며 묻기도 하고 전날에 쓴 일기도 검사받으며 그동안 배우지 못한 한을 풀며 한글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던 70대 A 할머니는 요새 심술이 났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으로 찾아오는 한글교실(문해교육) 사업이 올해 중단되면서 배우는 기쁨이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배운 글자도 거의 다 잊어버려 간간히 쓰고 있는 일기도 맞게 쓴 것인지 확인할 수도 없다.

A 할머니는 "집에 공문이 오면 선생님에게 물어서 무슨 내용인지 파악도 하고 처리도 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보니께 남편에게 물어봐야 하는디 부부 사이에도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 하여튼 한글교실이 중단되니까 불편하고 재미도 없당께"라고 말했다.

80대인 B 할머니도 "나는 글도 모른께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배운 남편 의지하고 사는디 남편이 아프거나 없으면 자식은 멀리 있고 글 조차 모르면 어찌하랴 싶어 늦었어도 배우기로 맘 묵었는디, 한글교실이 중단돼 허전하네"라고 말했다.

60대인 C 씨는 "수업하면서 쉬는 시간에 선생님한테 스마트폰도 배워가며 아그들한테 문자나 카카오톡을 보내는 재미도 있고 손자들 하고 안부 전하고 잘 있는지 주고받는 재미도 있어 매일 수업시간을 기다렸는데 인자 다 잊어불었어요"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해 강사들은 한글 교실 중단으로 생계 걱정을 하고 있다.

한 문해 강사는 "몇 군데를 맡아서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하며 강사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모두 중단되다보니 다른 교육으로 일부 대신하고 있지만 수입이 많이 줄어 계속 걱정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남군도 사정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

현재 해남에서 한글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할머니 학습자는 해남읍과 송지, 화원, 문내, 산이, 황산면에서 80여명으로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문해 강사는 5명이다.

문해 강사들은 해당 마을에 따라 집이나 마을회관 등을 방문해 1대 1 또는 학습자가 많은 곳은 2~5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왔다.

해남군은 지난해 수요조사를 통해 한글을 배우고 싶은 학습자가 180명으로 조사되자 올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1억9000만원으로 늘렸다.

또 부족한 문해 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로 문해 강사 양성과정도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한글 교실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이 코로나19 고위험군인 어르신들이어서 안전 차원에서 집합교육은 물론 1대1 교육도 중단한 상태이고 어르신들이 전자기기를 다루기 힘들어 다른 강의처럼 온라인 동영상을 활용한 교육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작정 중단만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대면 방식이나 온라인 방식이 어렵다면 전화와 우편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화로 궁금하거나 모르는 사항, 그리고 학습내용을 지도하고 우편으로 과제를 주고 받자는 것인데, 코로나19로 갈 곳 없는 할머니들에게 위로와 소통의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해남군도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이 같은 방식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할머니들을 위한 한글교실이 조만간 다시 열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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