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주(양원주동물병원장)

 
 

최근의 일이다.

슬프게도 길거리에서 차 사고가 난 강아지를 수술했다. 어깨뼈와 위팔뼈가 세 조각으로 부서지고 충격이 더해진 골절부위 뼈들은 조각조각 깨져 있었다.

긴 시간에 걸쳐 겨우 수술을 마치고 나니 안타까운 생각뿐이다. 충격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충격부위가 지금보다 4cm만 더 위로 향했더라면….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더구나 이런 떠돌이들은 천만다행으로 구원의 손길을 만나지 못한다면 십중팔구 로드킬로 희생된다. 고양이와 개는 30분마다 터지는 그런 로드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희생물이다.

야생동물도 아니었던 개와 고양이들이 언제부터 이런 비극의 대상이 되었을까?

해가 갈수록 줄기는커녕 오히려 희생되는 숫자가 늘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결국은 버림받는 수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점점 살기가 팍팍해져서 그렇든, 갑자기 마음이 변해서 그렇든, 아니면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상황에 놓여서 그렇든, 버려지지 않으면 떠돌이들은 당연히 줄어들어야 맞는데 늘어나는 이유는 이것밖에 없다.

지난해 버려졌다 구조된 동물이 13만 마리가 넘는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했다. 284개나 되는 전국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는 데 232억 원이 쓰였다고 한다. 버려지지 않았다면 쓰이지 않았을 예산들이다.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애완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집으로 데려올 때부터 평생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다져야 한다.

한 때의 충동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식구들의 생각도 나눠야 하고 이에 따라 한 식구를 들이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면서 반려견 등록률도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보호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한 식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리라.

또 버려진 애들이 입양되는 비율이 높은 보호소일수록 안락사 비율은 더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보호소 직원들과 지역의 유기견 인식이 바람직한 쪽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참에 반려동물을 키워 볼 생각이라면 다 같이 유기동물보호소의 문을 두드려보자. 해남에도 보호소가 있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니 한 번 들려볼 일이다.

반려동물이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기 위해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라고 정의한다면 차가운 머리가 아닌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동물을 통해 경험하는 일이라고도 할 만하다.

그렇다면 돈을 주고 사서 기르는 것도 좋지만, 위기에 빠진 생명들에게 새 세상을 맛보여 주는 갸륵한 성자의 마음이 내게도 있음을 알아채는 좋은 기회로 삼아도 좋으리라!

그리하여 반드시 칩을 심어 동물등록도 마치고 다시는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미리 마음을 내는 것이 마땅하지 않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방비함이 백번 낫다.

버려지는 생명들을 돌보고 거두고 거기다 심하게는 안락사까지 해야 하는, 몇 날 며칠 몇 해가 걸려야 할 지 모르는 이런 마음의 상처를 그들에게 주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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