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코로나19에 깊숙이 파묻히면서 민족 최대 명절의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았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비대면 한가위'가 공동체를 위한 최고선이 되고 있다. 때문에 오랜 만에 명절을 맞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친지를 만나 회포를 풀어보고 싶은 기대도 접어야 할 듯싶다. 예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로 한가위만 같아라'라며 풍요를 노래했으나, 나중에는 '2020년의 한가위 같지는 말아라'고 할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 내걸린 플래카드 내용도 우리의 마음을 움츠리게 하고 씁쓸함을 던져준다.

'오메 아가, 코로나가 보고 싶으면 내려와 불고 우리가 보고 싶으면 집에 있어 브러라'(광주송정역)

'불효자는 옵니다'(충북 청양)는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를 패러디한 것으로 고향에 오는 자녀는 불효자라며 이번 추석엔 안 오는 게 효도라는 내용이다.

코로나19는 이처럼 추석 명절마저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고향에 계신 부모가 내려오지 말라고 해도 굳이 찾아뵙겠다는 자녀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자녀들의 마음은 모두 한결 같겠지만 이를 잠시 접어두는 게 어떨까 싶다.

해남의 경우 전남에서는 강진과 더불어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지켜내고 있다. 그동안 방역당국과 군민들이 공동체로 똘똘 뭉친 결과물이다. 해남의 어느 목회자는 서울 광복절 집회에 다녀왔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방역당국에 신고됐다는 소리도 들렸다. 그만큼 지역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번 추석 연휴는 코로나19 확산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다. 아무리 전 국민적인 경계의 목소리가 나와도 많은 사람들이 이동할 것이다. 고향에 내려가지 말랬더니 제주도나 강원도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있다. 코로나의 무서움은 감염 전파력이 높고 무증상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30%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감염 경로도 모르는 '깜깜이 환자'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서 맞는 이번 추석 연휴는 '바이러스 폭탄'을 안고 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가피하게 이동하더라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로 안전하고 편안한 추석을 보내야 한다. '누구나, 어디서나' 결코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의 방심이 코로나19 확산의 통로가 된다면 수차례 겪었던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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