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 법상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 대흥사 주지)

해남군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연초부터 모두를 긴장시키며 등장한 코로나19라는 생소한 단어를 이제는 생활에서 가장 익숙하고 밀접하게 접하며 살아가는 요즘입니다. 거기에 지루한 장마와 태풍을 겪는 사이 어느덧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하고, 들녘의 누런빛이 점점 짙어지며 세월의 노고를 보답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올 한해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이제껏 접해 보지 못했던 너무도 뜨겁고 모진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서로간의 거리를 둬야하고,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스스로의 불편함을 감내해 가고 있습니다. 옛 선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매서운 추위가 뼛속에 사무치지 않고서 어찌 매화향기가 코끝을 찌를 것인가'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낸 후, 맞이하는 행복은 우리에게 더욱 더 소중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힘든 길은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한 날들을 향한 길입니다. 반드시 성취하겠다는 간절한 마음과 더 애쓰는 정성어린 실천이 함께 할 때 희망했던 목적지는 성큼성큼 가까워질 것입니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입니다.

굳이 수많은 날 중에 하루를 정해 추석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풍성함과 넉넉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주변과 함께 즐거움을 느끼며 행복함을 함께 하라는 뜻일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바라보는 하루는 반갑고, 즐겁고, 행복한 추석이 되는 것입니다. 같은 대상을 어느 관점으로 보느냐는 우리 삶에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힘입니다.

이제 곧 추석이 되면 보름달이 떠오르고, 우리는 그 보름달을 보며 그 어떤 달보다 풍성함과 넉넉함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보름달을 추석의 풍성함과 넉넉함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관점에 따라 행복을 줄 수도, 불행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자재(自在)하게 관(觀)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풍성해지고, 좀 더 즐거워지며, 좀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코로나19라는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어려움 속에 맞는 추석입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옛 조상들의 말씀에 "매일 매일을 한가위처럼 바라보세요"라는 발원을 더해 봅니다.

늘 언제나 여러분들의 가정에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길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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