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호(농부)

 
 

거의 잡혀가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되어 한 달여가 지났다.

무수히 많은 희생과 자발적 참여로 서서히 질병 발생이 감소되는 순간, 소위 태극기 부대와 '빤스 목사' 부대가 광화문 광장에 모여 광란의 쇼를 한바탕하고 나자 순식간에 전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이 시기에 왜 집회냐고 물으면 꺼지라는 욕설을 앞세우는 그들은 무엇을 배웠길래 저러나 싶다.

집회 참가자들 대부분은 60대 중반 이후의 노령층이다. 옛날 같으면 노인들 집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정치 집회 참가자 다수가 노인층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왜 기를 쓰고 집회에 나올까. 박정희가 벌여놓은 새마을 잔치에서 뒤치다꺼리하며 빨리빨리 청춘을 보내고 나자 늙음은 순식간에 찾아오고, 손에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늙어서라도 존재감을 뽐내고 싶어서 일 것이다. 옛날 같으면 손자들 재롱을 보며 집안 어른 대접을 받고 있을 나이이지만 지금은 모두가 떠나고 집안엔 남편, 부인 혹은 혼자만 남아있는 형국이라 특별히 할 일이 별로 없는 세태에 빠져 버린 노인 세대. 적응 기간도 없이 변해버린 사회에서 원하지 않는 소가족 혹은 고독한 개인주의를 맞이한 것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들과 매일같이 가짜뉴스를 보며 자신들의 생각을 한 가지로 도배하는 일에 열심히 참가한다. 마치 '까라면 깐다'는 식으로 자기들이 신봉하는 무언가에 몰두하여 공통의 장을 열심히 다니는 것이다. 그들의 정치관은 무척 저렴하고, 무개념이고, 단순 아메바 같은 행동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광화문 같은 대로에 나가서 마음껏 떠들며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 나랏님(?) 욕하며, 악다구니 같은 고함을 지르며, 고립화된 자신을 벗어나는 자위적 행동을 즐기는 모습을 띠고 있다. 못된 습성을 형식과 내용을 바꾸어 드러내는 것이다.

새마을기가 휘날리던 시절, 군부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만들자고 청춘들이 젊음을 바쳐 싸울 때, 그들은 생업 현장에서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민주화 운동에 별로, 아니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마치 일제 식민지 시대에서처럼 생업에 바쁘다는 핑계로 일제를 그냥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일제가 더 좋다고 말하며 온갖 호사를 누리던 그들처럼, 실제로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자 빨갱이 시대가 됐다고 외치며 민주주의를 구하자고 난리를 친다.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군부독재일 터이다. 민주주의를 깔고 앉아 뭉개면서, 법 위에 군림하는 군부독재처럼 행동하면서 민주주의 정부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후안무치한 그들, 그들이 배운 것은 오로지 권위적 명령이다. 비록 하나님을 빗대고 있지만 독재자의 명령과 똑같다. 공짜로 민주주의에 탑승해서 온갖 혜택을 다 누리고는 빨갱이 운운하며 지독히 편협되고 조작된, 마치 간첩 조작 정권의 술수처럼, 명령을 한다. 그들은 극우가 아니라 광신도들이다.

시골 할아버지들이 들녘에 나와 배추를 심으시면서 한 마디씩 던진다.

"긍께, 먼 짓들이랑가. 광화문에 거시기 금이라도 묻어 놨당가. 먼 지랄한다고 또 모여. 잘못 배웠재, 한참 멀었어. 추석 좀 제발 편히 숴야, 염병할 놈들아."

소위 태극기와 빤스 류의 노인층들은 민주주의를 잘못 배웠다.

그들이 배운 것은 빨갱이 조작으로 독재를 자행했던 억압의 정치였다.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억압적으로 법도 무시하고 강요하는 짓은 독재 시대의 군사문화였다. 군사독재 정권의 사생아들이 좋아하는 독재의 망령들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정의를 부정하고 반민주 독재를 진짜라고 우기는 짓을 하고 있다.

그들의 독재의 향기는 악취로 진동하여도 민주주의는 흔들림 없이 그들을 방역하고 큰 소나무처럼 우뚝 서 있다. 그 아래 진정한 평화와 사람 냄새나는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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