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이(해남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는데 몸이 계속 안 좋다면 우울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우울감, 흥미 저하, 수면의 변화(불면 혹은 과수면), 식욕의 변화 (저하 혹은 증가), 자살 사고 등의 증상을 보인다. 우울증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상은 노인 우울증에서 잘 나타난다.

노인 우울증은 말 그대로 노인에서 발생하는 우울증이다. 노인 인구의 10~15% 정도가 경험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주요한 원인으로는 동반된 신체질환, 경제적인 문제, 배우자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따른 고독 등을 들 수 있다.

노인 우울증이 일반적인 성인 우울증과 다른 점은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신체 증상이 잘 동반된다는 것이다. 다양하며 애매모호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배속의 더부룩함, 속에서 올라오는 열감, 기분 나쁜 느낌의 두통, 전신의 통증, 가슴 답답함, 손발의 차가움 혹은 뜨거움 등의 증상을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증상이 분명히 있기는 한데 뭐라고 표현을 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신체 증상이 수시로 변하기도 하고, 강도가 심했다가 약했다 하기도 하며 불면, 식욕 변화 등의 다른 우울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면 이상이 없거나 이상이 있어도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는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으로 인해서 수시로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환자나 보호자는 점점 지치게 되고, 간혹 가족들 사이에서 꾀병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또 다른 노인우울증의 특징은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큰 문제없이 생활을 하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떨어진다며 치매 검사를 위해서 병원에 갔다가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노인우울증을 가성 치매라고 부르기도 한다. 치매와 우울증의 차이는 치매(알츠하이머병)에서의 인지기능 장애는 서서히 나빠져서 시작되는, 시기를 잘 알지 못하는 반면 우울증에서의 기억력 저하는 급격하게 혹은 어떤 스트레스 상황 이후 발생(예로 배우자 죽음 등)한다는 차이점이 있으며 치매에서의 기억력 저하는 비교적 일관적이나 우울증에서의 기억력 저하는 증상의 변동성이 있어서 증상이 심해보이다가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인지기능 검사에서 치매 환자는 몰라서 대답을 못하는 반면 우울증 환자는 답하기 귀찮아서 대답을 안 하는 경향이 있으며, 치매 환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인지문제에 대해서 부정을 하는데 비해 우울증 환자는 인지문제를 스스로 과하게 표현을 하는 경향이 있다. 우울감, 불면, 식욕저하, 자살 사고 등의 우울증 증상이 노인 우울증 환자에서 더 빈번하게 동반된다.

노인 우울증의 진단은 먼저 환자 및 보호자와 면담을 하는데 우리나라 노인 특성상 우울하다는 표현이 서툴고 환자의 일상생활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여 보호자 면담이 필수적이다. 또한 노인에게는 신체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고, 신체 질환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신체 검진을 하고, 복용 중인 약에 대한 평가를 하며, 필요하다면 인지기능 검사를 한다.

노인 우울증의 치료는 원인 교정을 위해서 동반된 신체질환에 대한 치료와 필요하다면 복용중인 약 조절을 해볼 수 있으며 우울증에 대한 약물 치료 및 정신치료, 가족치료 등을 할 수 있는데 약물 치료가 비교적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신과 약을 먹으면 치매에 잘 걸린다거나 마음의 병은 병이 아니고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등의 생각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노인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오히려 치매에 걸린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노인 우울증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은 병으로 병원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신체증상이 지속되거나,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진다면 우울증에 대한 판단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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