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예방 위해 불가피"
"벌초·차례 도맡고 식당도 울상"

4남 1녀 중 넷째인 이해남(가명·해남읍·51) 씨는 형제 중 유일하게 해남에 살고 있다. 어머니도 해남에 거주 중으로, 명절이면 부산 등 타 지역에 나가 살고 있는 형제들이 해남으로 모인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가족이 모두 모이기 어렵게 됐다.

정부를 비롯해 자치단체에서 명절 대이동으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을 예방코자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상황이다보니 올해는 대부분 형제가 오지 않기로 한 것이다.

추석 명절 귀성과 역귀성 자제를 요청하는 '추석 이동 멈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해남군은 추석 전후를 기한 향우들의 고향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잠시 이동을 멈춰줄 것을 집중 홍보 중에 있다.

군은 명절을 앞두고 벌초를 위한 출향인들의 방문을 자제코자 산림조합 벌초 대행 서비스 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는 가운데 지난 15일까지 169명의 출향인이 619기의 벌초대행을 접수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도가 41%, 광주가 28%를 차지하고 있다. 산림조합 벌초 대행은 현재 1220기가 접수됐으며 이는 지난해 700여기 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향우 가족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하면서 일각에서는 벌초며 차례준비며, 상대적으로 해남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부담을 떠안게 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며느리들이 모여 함께 나물을 무치고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했지만 올해는 명절을 쇠러 내려오지 않는다고 하니 이 모든 준비를 혼자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해남 씨는 "형들과 누나네 식구는 이번에 내려오지 않을 예정이며, 동생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며 "올해는 명절이라고 해 예전만큼 북적대는 모습은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로 내려오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만 명절 준비를 도맡아야 돼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모이는 가족이 적은 만큼 명절준비도 간소화되겠지만 그래도 그 많은 준비를 해남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도맡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혼자 남겨져 5일간의 긴 추석 연휴기간 부모를 모시는 것도 고민이다.

시어머니 전화를 피하는(?) 며느리들도 "코로나가 걱정이니 이번엔 내려오지 말라"는 시어머니의 전화만 기다린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내 상가들도 명절은 대목을 바라는 시기지만 이번 추석은 예년보다 이동이 적고 외출을 자제할 것 같아 벌써부터 울상이다. 해남읍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 씨는 "손님도 적을 것 같고 지역분들은 괜찮지만 코로나로 외지 손님은 걱정이 돼 연휴기간 문을 닫을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반면 명절이 아니면 가족들이 모여 얼굴 보기도 어렵다보니 추석을 쇠러 내려오는 출향민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9일 추석을 쇠러 고향에 내려올 예정인 B 씨는 "코로나 사태는 이해되지만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이번 추석에도 내려올 계획이다. 고향 해남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더 안심하고 내려올 수 있을 것 같다"며 "되도록 고향집에 머물고 다중이 모이는 곳은 가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보니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주기적인 환기 등 개인방역수칙을 보다 철저히 지키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 되고 있다. 또한 되도록 짧게 머물고 다중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군은 추석 연휴 기간 코로나 재확산을 예방코자 지난 15일부터 4주간 재난상황실을 운영하며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군은 요양병원과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대면 면회가 이뤄지도록 하고 전통시장과 마트 등에 대해서는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음식점과 카페 등에 대한 지도점검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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