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라남도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올 여름 기록적인 기나긴 장마와 역대급 태풍을 겪으면서 '기후변화'라는 단어 대신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라는 단어 대신 등장했었다. 이런 '기후위기' 속에 사람도 힘들어 하는데 야생동물들은 어떨까?

일제강점기 때 갖은 이유로 야생동물들을 남획해 사라진 종과 개체수가 수없이 많다. 사라진, 사라질 위기에 처한 멸종위기종에 대한 복원작업도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야생동물 복원사업이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다. 2004년부터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방사해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폐사 개체가 생기거나 민가에 피해가 생길 때마다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짧은 기간이나마 공단의 홍보담당관을 지냈기에 그때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 복원 개체 수만 놓고 봤을 때 성공적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오히려 한 개체는 방사지인 지리산을 떠나 경북 김천의 수도산으로 갔다가 잡혀왔지만 두 차례 탈출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결국 지리산이 아닌 수도산 인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한다.

황새는 충남 예산에서, 따오기는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따오기는 대체로 그 일대를 벗어나지 않지만 황새는 전국뿐만 아니라 북한, 일본, 시베리아를 넘나들고 있다. 겨울철새들이 월동하는 겨울철에는 야생 황새와 함께 기온에 따라 한반도를 오르내린다. 해남에서 황새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언론보도와 환경단체의 모니터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해남간척지 개답공사가 진행되던 2003년에는 50여 개체가 관찰돼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나 황새복원사업지 공모에서 충남 예산에 밀리면서 특히 민간분야에서 의도적인 무관심으로 돌아섰다. 굳이 들추어 얘기하지 않더라도 서운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한 황새들이 2018년 8월, 9월 해남을 찾았다. 방사 개체는 태양광전지와 GPS를 달고 다니기 때문에 전국황새네트워크가 가동되면서 모니터링요원들에 의해 사진기록으로까지 이어졌다. 자연스레 해남에도 황새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방사 개체인 B78이 황산면 갯벌과 폐양식장에서 2개월여 활동하다가 삵으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에 의해 폐사했다. 달포 만에 B79가 또 황산면 들판을 찾아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기록됐다.

그 해 겨울 산이 부동지구의 개답공사가 진행되면서 하루에 15마리의 황새가 한꺼번에 관찰되기도 했다. 전국적인 황새동시모니터링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다.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이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황새방사장 공모에 들어갔다. 해남이 충북 청주, 충남 서산, 전북 고창, 경남 김해와 함께 선정됐다. 지난 4월에는 문화재청 전문위원과 예산황새공원 관계자들이 해남을 찾아 방사장 후보지 현장조사를 했다. 이제 내년 예산확보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2022년 해남에서 자란 황새가 땅끝해남을 날아다닐 것이다. 이 '날개 달린 짐승'은 '발 달린 짐승'인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수도산으로 갔듯이 전국을, 심지어 시베리아로 날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이 사업을 지켜보면서 모든 행정과 정책이 그렇지만 특히 민관거버넌스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자생단체인 민간단체와의 협치를 기대해 본다. 방사장 인근 농경지의 친환경농업에 따른 황새 브랜드 농작물 가공, 유통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방사장 인근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민간단체의 상시 모니터링도 행정의 바쁜 발품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황새 개체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방사장을 관광자원화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난 5월 충남 태안에서 송전탑에서 황새 스스로 둥지를 만들고 자연번식에 성공한 사례도 있으니 전봇대 높이의 황새 둥지탑을 영암호, 금호호 주변과 뜬섬 등에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황새가 해남의 중요한 지역자원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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