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시설물 계획 등에 대해 경험이 없거나 전문성이 부족하면 외부기관에 용역을 의뢰한다. 해남군도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각종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외부 용역이 실제와 동떨어진 기초자료를 토대로 이뤄져 엉터리 결과물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이 발주해 납품받은 '산업위기 대응 신규사업 발굴 용역보고서'를 보면 외부용역 결과가 얼마나 허술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76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진행된 이 용역은 3년 전 사라진 우수영~흑산도 항로를 '운항 중'으로 전제하고 만들어졌다. 여기에다 목포 임성리~보성구간 전철화 사업의 개통 시기도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한 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용역업체는 현장조사는 물론 기초자료마저 확인하지 않은 채 용역을 진행한 것이다. 이 용역에서 제시된 사업도 이미 계획 중이거나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는 등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는 비판이다.

또 지난해 말 납품받은 '해남군 인구정책 종합계획 수립용역'도 이미 계획된 사업을 담았거나 원론적인 정책 제시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군도 이런 엉터리 용역결과에 대해 난감한 처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엉터리 자료로 만들어진 용역 결과물은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이를 기초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도 마땅하지 않다. 아까운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용역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용역을 남발한다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외부 용역을 발주하는 이유는 전문성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민원 가능성이 높고 △뻥튀기를 하거나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는 말이 나온다.

더이상 허술한 용역보고서를 납품받지 않도록 철저한 감독이 요구된다. 엉터리 용역을 제출한 용역업체에 대한 퇴출도 필요하다.

용역이 많다는 것은 새로운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성을 요구하는 연구용역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용역부터 해보자는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공무원들의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용역비용도 엄연히 아까운 세금이다. '임자 없는 돈'이라고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