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는 주민들의 생존권이 걸리거나 기피시설 입지와 관련된 굵직한 민원들이 쌓여있다. 마로해역 어업권을 두고 해남 어민과 진도 어민 간의 분쟁이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고, 문내 혈도간척지 태양광발전소를 싸고 주민과 업체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산이 초송리에 건립을 추진 중인 폐기물 재활용 공장에 대한 주민들의 집단 반발, 황산 이목리의 한 과수원 인근에 터를 잡으려고 하는 레미콘 공장에 대한 농장주의 생존을 향한 절규도 있다.

이 가운데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 두 가지만 살펴본다. 먼저 마로해역 어업권 문제는 해남과 진도 어민간의 분쟁이기 때문에 어느 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명현관 군수도 최근 어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지자체가 나서서 분쟁을 해결할 묘수를 찾지 못해 답답한 것은 어민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역할을 놓고 볼 때, 이미 허가를 받고 산이 초송리에 추진 중인 폐기물 재활용 공장의 갈등 상황은 아주 다르다. 이 공장은 각종 슬러지, 동식물성 잔재물, 분뇨 등을 이용해 퇴비를 만드는 곳이다. 퇴비의 자원인 폐기물은 대부분 타 지역에서 반입된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초송리는 물론 인근의 많은 마을까지 악취에 시달린다. 면사무소에서 1.5㎞ 정도 떨어져 있고, 영유아 원생이 있는 어린이 집은 불과 750m의 거리에 위치한다.

주민들이 뿔이 난 바탕에는 이런 혐오시설 허가과정에서 의견 한 번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남군 주무 부서에서 현장 답사도 없이 업체의 말만 듣고 허가는 내줬다는 것.

공장이 들어서면 악취에 고통 받게 되는 당사자는 주변에 사는 주민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허가가 났음에도 공장 건립에 착수한 올해 6월에서야 이를 알았다며 행정에 대한 불신을 토해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단지 님비현상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다. 더군다나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유관 부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만 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깊이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단 행정 뿐 아니라 모든 일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한다. 책상에 앉아서 법과 규정에만 얽매이면 행정서비스라고 할 수 없다. 요즘 강조되는 적극행정은 더더욱 아니다.

민원(民願)이 주민들의 원망을 사는 민원(民怨)이 되지 않도록 힘쓰는 게 공복(公僕)의 자세이자, 진정한 행정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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