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해남공고 영어교사·시낭송가)

 
 

나는 의료개혁에 대해서 적극 찬성하고, 이러한 대립의 극한 상황 이전에도 의사 수급문제와 공공의료정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 우리 집안에도 세 분의 의료인이 있으니 현재의 갈등에 대해 어떠한 편견에 치우침 없이 국민의 입장에서 살기 좋은 정책인가를 고민해왔다.

나의 시선은 명료했고 정부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던 차에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이슈에 대한 수많은 찬반의 글을 보게 되었다. 그저 단순한 국가정책에 대한 지지보다는 이슈에 대해 더 깊고 통찰의 안목을 가지고 싶어서 모든 의사들의 글을 꼼꼼히 읽었다.

문득 깨달은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반대를 외치는 의사도 우리의 소중한 국민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분들은 오랜 시간 연구와 숙련된 전문기술로써 우리의 생명을 다루는 고급인력이며, 앞으로도 의료기술을 전 세계에 펼칠 수 있는 무한히 기대되는 잠재 집단이자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페북의 글에서 국민의 질타 속에 의료 전문인으로서 고뇌하는 다수 의사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분들과 상생해야 하는데 이렇게 절벽으로 몰면서 국민과 대립각을 세우는 현 시점에 대해 그저 안타깝고 정책의 결정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무리 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그 정책이 올바른 방향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개혁의 과정에서 현장 전문가들의 소리를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의사들의 고뇌와 반대의 글에서 그들의 의지와 절실함을 느낀다. 그분들을 희소가치 당사자로서 아성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집단으로만 매도하고 스트라이크(파업)에 대하여 법의 잣대로만 따지는 것은 이제 고민할 문제이다.

역지사지로 내 개인의 집단문제라고 한다면 교사 전문가들을 배제한 어떤 국가 정책을 신뢰와 동의로써 침묵만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협상의 기술이 없으면 독선이다. 일방통행을 잠시 멈추고 정책의 변환점에서 전문가 집단의 의견도 소중한 국민의 거대한 소리임을 받아들이면 좋겠다. 소요사태에서 발생한 의사들을 구제하고 소중한 전문 의료인들을 포용하는 유연한 자세로 원점에서 재논의를 했으면 한다.

의료인에게도 바라는 게 있다. 거대한 괴물 집단으로 키운 의료악법을 개정하자는 글과, 4000명이 아니라 4만 명의 의사들을 한 해에 증원하자는 청와대 청원글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국민 저항의 표현이자 의료계 권위의 추락이 아닐런지. 페북의 글에서 엿보이는 타당성으로만 오롯이 무장된 채 계속해서 진료 현장을 떠나면 국민과의 대립을 스스로 자초하는 특권 의식의 발로이다.

정책 전반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와 비수용이 아니라 국민의 강한 열망을 당연히 반영하여 개선점을 선도하고 타협점을 찾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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