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해남 사람들로부터 '해남은 복 받은 땅'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집중호우와 태풍 '바비', '마이삭'의 피해도 크지 않았으며 수십 년 동안 큰 자연재앙이 없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에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 해남지역에는 아직까지 한 명의 확진자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은 정지된 듯하다. 자영업자들과 하루 벌어 먹고사는 어려운 노동자들의 생활은 위협 받고 있고, 나이 들어 고독을 이겨내야 하는 노인들은 찾을 공간이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사람들 얼굴 보고 대화하며 일하고 같이 먹고 노는 가운데 일상을 보냈다. 그런데 흩어져서 살아야 하며 흩어지는게 연대라는 말까지 방역 책임자가 강조하고 있다.

인간이 본래 사회적 동물일 수밖에 없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보다는 '마음은 가까이, 거리는 멀리'라는 물리적 거리두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근원적인 발생원인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각자 도생의 이기주의 가치관과 물질문명을 중심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한 인간중심의 성장정책이라는 주장이 많다. 앞으로는 인간과 자연과의 공존과 평화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기후위기가 문제다. 54일의 유례없는 긴 장마는 아열대 지역의 우기(雨期)이며, 지구온난화의 결과물이다.

이런 기후위기에 뒤따르는 문제는 식량위기다. 전 세계 곡창지대에서 심각한 자연재해로 식량 수확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세계식량시장이 패닉 상태로 빠지면 식량자급률이 25%인 우리로서는 식량주권의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해남지역은 농업중심의 산업기반을 가진 농업군이다. 최근 국난극복정책으로 제시된 뉴딜정책에도 별다른 농업진흥정책은 없다. 예견되는 식량위기 극복을 위해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고, 지속 불가능한 석유농업에서 생명살림의 유가농업으로 전환하는 식량안보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 해남은 복 받은 땅이라고 할 때의 해남은 행정적 지역개념만이 아닌, 더불어 사는 해남 사람들의 지역공동체를 뜻한다.

서양에서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문명이 발전하여 동양의 공동체 문화를 낡고 후진적이며 부정적인 의미로 본다.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인한 집단적 순응성이나 오랜 식민지와 독재의 경험으로 인한 집단주의 문화라고 보는 것이다.

해남 사람들은 오랫동안 물감자, 풋나락이라는 말과 텃세 없는 해남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이는 자기만이 아닌 이웃을 생각하는 여리고 훈훈한 인간적인 품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해남 사회의 일정한 도덕적 문화적 가치의 공유를 포함하는 공동체적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본다.

군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합심으로 인한 해남 방역의 성공으로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고 있듯,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를 지키면서 우리 해남 사람이라는 도덕적 문화적 정체성을 통해 더불어 사는 해남 공동체를 이어가면 좋겠다. 앞으로도 해남은 복 받은 땅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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