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워낙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 없다보니 경제가 얼어붙었다. 경제가 돌지 않으니 국민 소득이 줄고, 그에 따라 지출도 줄이니, 소상공인은 죽을 맛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소비시장을 살리고자 긴급재난지원기금을 온 국민에게 지급했다. 이 돈은 저축하라고 주는 게 아니다. 당장 펑펑 쓰라고 주는 돈이다. 그렇게 돈이 시장에서 돌아야 시장경제가 간신히 숨을 이어갈 수 있다. 이렇게라도 소상공인이 살아 있어야 코로나19를 물리친 뒤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저축은 '절약하여 모아 둠'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다. 이를 움직씨(동사)로 바꾸면 '저축하다'가 된다. 뜻은 좋은데 모두 한자다. 이와 딱 떨어지는 멋진 우리말이 있다. 바로 '여투다'이다. '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고 나머지를 모아 두다.'는 뜻을 지닌 움직씨로, 용돈을 여투다/할머니는 쌀을 여투어 두었다가 불쌍한 사람에게 주셨다처럼 쓴다.

내친김에 하나 더 알아보자면, 아직도 통장이라 하지 않고 구좌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통장(通帳)은 '금융 기관에서, 예금한 사람에게 출납의 상태를 적어 주는 장부.'를 말한다. 구좌(口座)는 일본말 こう-ざ[고우좌]이다. 국립국어원에서 계좌로 다듬어 쓰라고 권하고 있다.

'저축'이라는 한자말을 갈음할 '여투다'라는 멋진 우리말이 있지만, 통장 한자를 맞바꿀 우리말은 아직 없다. 마땅한 순우리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한자어 저축을 쓰지만, 그래도 구좌는 쓰면 안 된다. 일본에게 그렇게 당했으면서 아직도 일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안 된다. 우리말이 바로 서야 우리 정신이 바로 서고, 정신이 바로 서야 민족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내 고향 해남에서만이라도 일본말인 구좌를 안 쓰길 기대한다.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필자 소개> 
· 성제훈 박사, 1967년 화산면 명금마을 출생
· 전남대학교 농학박사 취득
· 현)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 재직
· 저서) 우리말 편지Ⅰ·Ⅱ
·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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