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민심을 요동치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미래통합당에 역전됐다.

새 부동산법은 다주택자나 최고가 아파트의 세금을 올리고, 임차인(세입자)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한다. 그럼에도 민심 이반의 주범으로 몰린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여론을 과점(寡占)하는 이른바 조·중·동과 경제지가 주도하는 언론의 융단폭격식 선동이 한 몫 한다. 이들 언론은 부유층과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보수편향 일색의 논조로 일관한다.

중국 진시황의 환관이던 조고(趙高)의 억지 주장에서 나온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다. 조고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자, 조고의 위세에 눌린 중신(重臣)들이 "옳소"라고 맞장구 친데서 유래됐다. 지금 여론의 형국이 딱 이 꼴이다.

청와대와 여당도 빌미를 줬다. '부동산 민심'이 험악하게 된 바탕에 신뢰와 솔선수범의 부재(不在)가 자리한 것이다. 3년 전인 2017년 8월, 정부는 다주택자들에게 세제 혜택 등을 앞세워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권유했다. 다주택자들은 이제 주택가격을 폭등시킨 주범으로 몰린다. 정부 정책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일관성 부족으로 인해 신뢰를 잃었다. 또 하나, 청와대의 다주택 참모들이 주택 처분 과정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무책임한 행태는 국민들에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오만으로 비쳤다. 믿음도 주지 못하고, 솔선수범도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중국 한나라의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전국시대 7웅(雄) 가운데 국력이 약했던 진(秦)나라가 천하통일 하는데 초석을 깔았던 개혁가 상앙이 백성의 신뢰를 얻고자 계책을 썼다. 진나라 수도의 남문에 삼장 길이(9m)의 큰 나무를 세우고 이를 북문으로 옮겨 놓은 사람에게 황금 10냥을 주겠다는 방을 붙였다. 나무를 옮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간단한 일에 거금을 주겠다는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상금을 50냥으로 올렸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나무를 옮기자 약속대로 상금을 주었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이목지신(移木之信·나무를 옮긴 사람에게 상을 주어 믿음을 갖게 한다)이다. 상앙이 이런 신의를 얻은 후 개혁적인 법령을 공포하자 백성들이 잘 따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음주문화로 자리 잡은 폭탄주의 2대 원칙이 있다. 솔선수범과 공평무사. 제조자가 먼저 마시고 나서, 예외 없이 모든 동석자에게 똑같은 비율로 제조한 술을 돌린다. 그래야 술자리가 더불어 즐겁고 공동체 의식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폭탄주 문화가 일반화된 저간에는 이런 솔선수범과 공감의 원칙이 깔려있다.

흔히 민심은 바다에 비유된다. 정치(인)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다. 배는 잔잔한 바다에서는 순항하지만, 한순간의 폭풍에 뒤집어지기도 한다. 정치가 생물이듯 민심도 변화무쌍한 생물이다.

아무리 선한 의미의 정책이라도 민심이 떠받치지 못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사석에서 이렇게 토로했다고 한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언론에서 뒤엎어버리면 민심도 하루아침에 싸늘하게 변해버린다고. 못해먹겠다는 말이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지만 갈대와도 같다. 그래서 정치는 쉽고도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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