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금 (사)가정을건강하게하는 시민의모임 이사장

 
 

올여름 유례없이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전국이 산사태와 저수지 둑 붕괴, 주택 및 농경지 침수 등으로 큰 물난리를 겪었다. 이번 장마에 의한 해남의 수해 피해는 적은 편이나 갈수록 심해지는 국지성 호우나 태풍 피해는 이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장마기간 강 하구나 해안에 떠내려온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과 비닐류 쓰레기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막대한 피해를 주고 지구의 생태계까지 변화시키는 재해가 되고 있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 예측되는데, 지구의 온난화는 자동차·냉장고 등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우리 인간의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돌이켜보면 오늘날과 같은 풍요의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혹자는 지금 서민들의 삶이 조선시대 임금님의 삶에 못지않다고 말한다. 안 쓰는 물건들이 집집마다 쌓여있고, 상점에 가면 싸고 좋은 물건들이 넘쳐난다. 떨어지지 않는 옷, 깨지지 않는 그릇들, 물새지 않는 비닐봉지 등. 이런 물건들로 우리 삶이 훨씬 편안하고 안락해졌다. 비닐하우스 등 온갖 농사용 비닐이나 어업용 도구들을 보면,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아니면 생산활동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원이 부족했던 시기, 인간이 자원을 사용하는 첫 번째 태도는 절약이었다.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무엇이든 아껴서 오래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자연에서 나는 소재로 만들어진 물건들은 수명을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의 시대가 열리고 석유화학의 발전으로 인공소재를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게 되자 '소비가 미덕'인 대량소비의 시대가 열렸고, 자원사용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많이 쓰고 많이 버려야 새로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그것을 만드는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

대량소비는 필연적으로 쓰레기를 대량으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비닐,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 쓰레기들은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우리의 온 산야가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덮일 지경이다. 다행히 최근 농업용 비닐 회수 정책에 따라 논과 밭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비닐 쓰레기들은 많이 줄었다. 해남군에서도 쓰레기 불법 투기를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년 전 우리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큰 고민 중의 하나가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었다. 쓰레기를 버리는데, 돈 주고 쓰레기봉투를 사야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분리수거를 위해 내놓은 쓰레기들을 직접 태우기도 했다. 지금은 다행히 쓰레기 수거차가 오는 목요일 아침마다 가득 채운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시는 주민들이 늘어 한시름을 덜었다. 해남군에서도 쓰레기 불법투기를 감시하는 것보다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교육하고, 쓰레기봉투를 나누어주는 적극적인 쓰레기 회수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쓰레기는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어업용 자재들이 온전히 회수되지 않고, 강을 따라 떠내려온 육지의 쓰레기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자고 나면 바다 건너 중국과 일본의 쓰레기가 밀려와 우리의 해안선에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매일 쓰는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들은 우리 연안의 수산자원 고갈을 재촉할 뿐만 아니라 먼 바다에 사는 큰 거북이 코에 비닐 빨대를 꽂은 채 우리 안방으로 찾아오게 한다. 해안선이 길고, 김 양식 등 어업생산이 중요한 해남도 바다 쓰레기의 피해는 다른 지방에 못지 않다.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물건들을 사용한 후 남게 되는 쓰레기도 고려해야 한다. 자원사용에 대한 태도는 지구 전체와 미래의 지구생태계를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그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과 좀 더 오래도록 함께 살기 위해서,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도록 애써야 한다. 자원의 절약이 인류와 지구에 대한 사랑의 첫 걸음인 까닭이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