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고자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온 국민에게 지급했고, 이 돈으로 돼지고기를 사먹는 국민들이 늘어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돼지를 키우는 축산농가에는 좋은 일이지만, 오랜만에 돼지고기를 사먹는 시민들에게는 꼭 좋은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여럿 울리고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동물이건 식물이건 암수가 구분되어 있다. 마땅히 돼지도 '암 돼지'와 '수 돼지'가 따로 있는데, 각각 암퇘지와 수퇘지로 써야 바르다.

우리말 표준어 규정에 보면, 암수를 따지면서 거센소리를 인정하는 게 9가지가 있다. 암캉아지/암캐/암컷/암키와/암탉/암탕나귀/암톨쩌귀/암퇘지/암평아리이다. 곧, 강아지 암컷은 암캉아지로 써야 하고, 닭 암컷도 암탉이라고 써야 맞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9가지만 거센소리로 쓰고 다른 것은 암수를 구별해도 거센소리를 쓰지 않는다. 곧, 암컷 고양이는 암고양이지 암코양이가 아니다.

한편 우리말 표준어 규정에서 수컷을 뜻하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했다. 그래서 수컷 소는 '숫소'가 아니라 '수소'가 맞다. 산소, 수소할 때 수소와 헷갈리긴 하지만, 아무튼, 맞춤법에 따르면 숫소는 틀리고 수소가 바르다. 다만, 숫양, 숫염소, 숫쥐 이 세 가지는 '수'가 아니라 '숫'을 쓴다.

식당에 걸린 차림표에 보면 많은 경우 암돼지라고 써 놨다. 암돼지건 암퇘지건 다 알아먹기는 하지만, 암돼지는 표준말이 아니다. 왜 이렇게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맞춤법이 다를까?

국어학자들이 원칙을 세워서 표준어 규정을 만들었겠지만, 국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맞춤법은 손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동일된 규칙으로 바른 말 글살이를 유도하는 것은 좋지만,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맞춤법은 한번쯤 다시 볼 필요가 있다.

 

▲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필자 소개> 
· 성제훈 박사, 1967년 화산면 명금마을 출생
· 전남대학교 농학박사 취득
· 현)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 재직
· 저서) 우리말 편지Ⅰ·Ⅱ
·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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