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천그루 중 10% 고사·유실
5km 구간 1억4000만원 들여 심어
부실식재·관리 드러나 대책 필요

고 사
고 사
덩 굴
덩 굴

삼산면 일대 가로수 특색 사업으로 심어진 종려나무 상당수가 고사한 것으로 드러나 부실식재와 부실관리 논란은 물론 예산낭비와 관광길 이미지 훼손만 가져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해남군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1억4000만원을 투입해 삼산면 어성교에서 송정, 용두, 창리, 도토 마을로 이어지는 5km 2차선 도로 갓길에 종려나무 965그루를 심었다.

그러나 현장 확인 결과 이파리가 아예 없거나 전체가 노랗게 변하고 키가 자라지 않아 육안으로도 말라 죽은 나무가 70여 그루에 달했다.

여기에다 본래 있던 자리에 없거나 유실된 것까지 합치면 고사되거나 유실된 것만 10% 정도에 달하고 있다.

또 이파리가 노랗게 변한 면적이 절반 이상이거나 잎이 새로 나는 자리가 노랗게 변한 것도 많아 고사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나무에서 고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려나무 대부분이 환삼덩굴 등 덩굴에 휘감겨져 있고 풀 속에 덮여 있는 것은 물론 일부는 벚나무와 아카시아 나무가 자라고 있는 바로 밑에 심어져 제대로 자랄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등 관리도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에 심어진 종려나무는 야자나무과로 중국이 원산인 당종려로 대부분 제주도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전체 구간을 네 군데로 나눠 산림조합과 해남군, 업체 두 곳에서 식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네 구간 중 세 곳은 봄에 심어졌지만 해남군이 직접 심은 구간은 11월 중순에 식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무전문가 A 씨는 "처음부터 상태가 좋지 않은 나무를 심었거나, 추위 때 심어 동해를 입은 경우도 예상되고 있고 특히 기후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 곳에 종려나무를 심어도 되는지 사전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했지만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도록 물도 주고 덩굴도 제거하는 등 주변 환경을 잘 관리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표본으로 몇 그루를 뽑아 뿌리상태를 살펴보는 등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고 말했다.

B 씨는 "큰 나무 아래에 그냥 심어놓은 것은 납품 숫자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특히 덩굴이 나무 전체를 감싸도록 그대로 나둔 것은 부실관리의 전형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곳 주변이 대부분 논밭이고 갓길에 불법으로 심어진 농작물까지 있어 농약살포나 논두렁 태우기 등도 고사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고사가 진행됐고 잎이 노랗다고 해서 전부 고사한 것은 아니지만 그 면적이 많을 경우 뿌리 활착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커 전반적인 진단과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남의 경우 조금만 나가면 산과 들이고 전체가 아름다운 자연풍광인 상황에서 오히려 풍광을 해치고 교통에 방해가 되는 보여주기식 가로수가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어 이번을 계기로 가로수행정에 대한 재검토도 요구되고 있다.

해남군은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11일과 12일 부랴부랴 전체 구간에 대해 풀베기와 덩굴 제거 작업에 나섰다. 그렇지만 일부 주민들이 특색 있는 마을길 조성 사업으로 제안을 해 종려나무 심기 사업이 진행된 것이고 전임 때 있었던 일이라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 등 전반적인 진단과 대책마련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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