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을 넘긴 역대 최장의 장마와 단기 집중호우는 역대급의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올 여름의 이상기후는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가 주범으로 콕 찍혔다. 기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긴 장마와 폭우의 원인을 하나같이 온난화에서 찾는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시베리아 고온 현상에 따른 제트 기류 변동 등으로 장마전선을 북으로 밀어 올리지 못하면서 장마전선이 정체 현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런 이상기후는 일시적 현상을 전제로 하지만, 일상화된다면 그것은 기후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은 '기후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긴 장마와 단기간의 폭우, 폭염, 가뭄, 혹한 등의 기상이 매년 되풀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환경단체들이 '#이번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며 해시태그 운동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대책마련은 당장 코앞에 닥친 과제이기도 하다. 올해 긴 장마기간 일조량 부족과 잦은 비로 인해 고추, 참깨 등의 노지 작물이 이미 큰 피해를 입었다. 해남은 다행히 이번에 집중호우라는 재난의 중심에서 살짝 비켜섰지만, 재난은 예고 없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따뜻한 겨울과 긴 장마가 벼에 주는 피해를 보자. 30여 년간 친환경 벼농사에 일익을 담당해온 왕우렁이. 왕우렁이는 온난화로 지난 겨울에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어린 모를 갉아먹어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또한 모내기 이후 줄곧 장마가 이어지면서 제때 방제를 하지 못하는 바람에 벼도열병이 예년보다 60% 이상 발생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수온이 오르면서 해파리 출현이 높아져 어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장마철에 쏟아진 물 폭탄은 기후위기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해남에도 상습침수 구역이나 산사태 위험 지역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번에 집중호우의 중심부에서 벗어났다고 방심하면 결코 안 된다. 매년 찾아올 재앙이 해남만 비켜가길 바랄 수는 없다. 지나간 100년의 기후를 기준으로 대응하는 것은 이젠 무의미하다. 앞으로의 기후는 과거와 전혀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향후 100년의 기후를 예측해 이를 기준으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인재(人災)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기후 재앙에 대비하는 것은 단지 방재 당국만의 몫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주민과 환경사회단체 등 모든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미래의 재난에 공동대처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닌, 지금 당장 대비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