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라남도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해남에서 송가인이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벼락 맞을 확률이다. 극히 희박한 확률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에 불편해 할 군민과 향우들이 많을 것이다. 그나마 이 불편한 심기를 갖는다면 확률은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이라는 억지를 부려본다.

어느 날 뜬금없이 우리사회에 불어 온 트로트의 열기, 광풍은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다. 태풍이 고기압을 만나 세력을 확장하듯이 트로트의 바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 가지 않고 그 세력이 거세다. 신세대들의 랩, 레게, 힙합에 밀려 '무슨 노래를 저렇게 씨부렁거리는지'하면서 채널권도 빼앗기고 구석자리로 밀렸던 '쉰세대'들의 갈증을 말끔히 해소해 준 것이다.

이제 돌리는 채널마다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나니 살맛나는 세상이다. 2007년생 정동원이 보릿고개에서 초근목피까지 소환하고 있다.

트로트의 열기는 한 종편채널의 '미스트롯'에서 시작해 '미스터트롯'으로 큰 흐름이 형성됐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이 경영에 참고하기 위한 분석도 있었다. 삼성SDI는 미스터트롯의 성공비결을 분석해 5개의 키워드를 추출했다. 인재 발견, 변화 추구, 창조적 복제, 기본과 본질, 실패 후 노력 등이다. 단지 기업만이 아니라 혁신을 꾀하는 해남군정에도 반영할 만한 내용이다.

트로트의 열풍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이는 송가인이다. 어쩌면 진도출신이라는 점이 이웃 아재, 아짐의 딸처럼 호감을 갖게 됐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해남군이 주최한 '한여름밤의 문화축제'에 송가인이 출연해 노래를 마치자 기라성 같은 가수들의 무대를 뒷전으로 하고 관중들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에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자연스레 송가인이 일대일 데스매치에서 겨뤘던 곰탕보이스 홍자도 부각됐다. 홍자의 어머니 고향이 북일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기야 해남군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송가인과 홍자는 남진과 나훈아, 송대관과 태진아처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라이벌이자 공생관계라 볼 수 있다.

송가인을 얘기하면서 진도의 문화예술 토양과 DNA를 빼놓을 수 없다. 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인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DNA가 모친의 교육열로 담금질된 것이다. 흔히 진도를 얘기할 때 '예술의 본향'이라 한다. 글씨와 그림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악과 민속에 대한 투자는 해남과 비교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진도에는 국립남도국악원이 있다. 전국의 4개 국악원 중에 세 번째로 세워졌다. 이를 두고 왜 진도로 갔는지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정인의 입김을 거론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도군은 1993년에 지자체에서 최초로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을 창단했다. 상임단원 24명이 매주 토요일 '토요민속여행'이라는 타이틀로 진도씻김굿을 포함해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북놀이 등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남도국악원도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금요국악공감'이라는 무료 공연을 연다. 이제 송가인 효과까지 겹쳐 공연마다 만석이라 한다.

오랜 지인 관계인 김오현 토요민속여행 예술감독에게 '해남에서 송가인이 나올 확률'을 장난스레 물어봤다. 송가인이 뜨면서 동영상 채널에 인기 콘텐츠 중 전국노래자랑에서 송가인이 출연자로 부른 '정말 좋았네'의 고수로 출연했던 송가인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후원자다. 김 감독은 정색을 하고 해남에도 숨어있는 인재가 많다며 발굴해가는 지역사회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해남출신 판소리 명창을 일일이 나열했다. 오히려 송가인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해남출신 판소리 여성 명창인 박방금(본명 박금희)씨에게 판소리를 배웠다고 소개했다.

이제 해남에서 제2의 송가인이 나올 확률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자.

해남군의 예산 중 문화예산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관광이 강조되면서 한집살이를 했던 문화행정이 소외되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보자. 마을회관마다 비품실에서 잠자고 있는 북과 장구의 먼지를 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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