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송지와 진도 고군 사이의 마로해역에서는 엊그제 궂은 날씨에도 어민들의 눈물겨운 해상시위가 펼쳐졌다. 이 해역에서 김 양식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송지 어란마을 어민들이 어업권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한 것이다.

마로해역 김 양식장은 38년 전인 1982년 해남 어민들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이를 지켜본 진도 어민들이 뒤늦게 김 양식에 뛰어들면서 어업권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에 2000년 해남 어민들이 마로해역 김 양식장의 20%인 1370ha(414만평)를 사용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10년이 흐른 2010년, 진도 어민들은 어장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전남도가 진도 어민에 1370ha의 신규 면허를 내주면서 법원 조정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진도 어민들은 어업권 면허가 만료된 최근 또다시 어장 반환을 요구했고, 이번엔 해남군수협과 어민들이 법원에 해결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174명의 어란 어민들에게 마로해역 어업권은 생존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김 양식장의 '원주인'인 어란 어민들에겐 대체 어장을 개발할 바다가 아예 없다. 현재 김 양식을 하는 500여 ha밖에 남지 않는다. 이렇게 좁은 어장에서 수익은 연간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반면 진도 어민들은 지금도 해남 어민들보다 평균 5배 이상의 김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남 어민들의 절박한 처지와 자못 다르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는 오는 8월 12일 3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재판부도 원만한 협의를 통한 조정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사자 간의 해결은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이젠 전남도가 나서야 할 차례이다. 전남도는 이번 사태에 적극적인 중재보다는 '기계적인 중립', 다시 말해 소극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적극행정을 제도화하면서 장려하고 있는 마당에 난처한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이는 전남도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상황 인식이 아주 잘못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해남 어민들은 다음 달 어장 정비에 이어 채묘시설 작업에 들어간다. 생존이 걸린 김 양식을 가만히 앉아서 처분만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전남도가 더 이상 뒷짐만 질 게 아니라 전면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해묵은 분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주는 게 바로 적극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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