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의회가 지난 15일 개원식을 갖고 후반기 의정활동에 들어갔다. 군의회는 오는 24일까지 집행부 업무보고를 듣고 조례안 등을 처리하게 된다.

이번 후반기 개원에 앞선 의장단 선출과정에서는 치열할 감투(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싸움도 펼쳐졌다. 이는 비단 해남군의회 만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 지방의회에서 벌어지는 공통된 모습이다.

지방의원들이 동료 의원의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의장단 선거에 목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의장에게는 지방의회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 군민을 대표하는 지방의원을 '한 번 더' 대표하는 상징성도 있다.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에게도 보직에 따른 업무추진비가 지급되고, 차기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다.

이번 해남군의회 의장단 선출과정에 따른 후유증이 크다는 뒷얘기가 나온다. 교황선출방식으로 치러진 의장단 선거가 진흙탕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배신이란 단어가 의회 분위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의원간의 신뢰도 무너졌다고 자탄한다. 그런데 배신이란 말이 자연스레 수면 위에서 회자되는 것은 의장단 선출과정이 그만큼 담합과 야합으로 얼룩졌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의장단 선출과정의 불협화음은 4년 전 7대 후반기에서도 있었다.

일부는 이런 요인을 교황선출방식에서 찾는다. 후보등록과 정견발표 없이 의장단을 선출하다 보니 오히려 밀실과 야합이 판친다는 것이다. 이런 깜깜이 선거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면 차제에 후보등록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후보등록제를 채택한 많은 지방의회들도 의장단 선출로 인한 숱한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교황선출방식은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면서 선거 과열방지를 위해 도입된 것이다.

정작 풀어야 할 과제는 지방의원들이 어떠한 제도라도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려 제대로 운영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너무 연장 탓만 할 게 아니다.

아무튼 해남군의회가 새로운 진용을 짜고 새 출발을 군민들에게 알렸다. 지방의원은 군민들의 대표이다. 의원들이 선거과정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채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간다. 김병덕 의장은 후반기 개원식에서 소통과 협치, 화합을 의정방향의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해남군의회가 진정한 군민의 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군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의회상을 구현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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