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가? 2018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구속.

재판 당시에도 그가 저지른 범죄에 비해 1년 6개월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었다. 실제로 신생아 학대 동영상을 공유한 영국인은 징역 25년, 120여 개 성착취물을 소지한 미국인은 징역 8년을 받은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법이 관대하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게다가 미국이 그를 기소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는데 그것마저 우리나라 법원은 거부했고 지난 6일 그는 석방됐다.

국민들의 분노는 판사의 자격 박탈 청원으로 이어졌고 '디지털 교도소'라는 사이트에 그의 신상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포털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디지털 교도소'.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에서 소위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을 사이버상에 노출시켜놓은 곳이다. 공교롭게도 사이트 주소는 영어로 'nbunbang(엔번방)'이다. 얼굴은 기본이고 나이, 주소, 학력, 재판 일정, 심지어 개인 전화번호까지 적혀있다. 이곳엔 아동 포르노 및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와 같은 성범죄자들, 천안 가방 학대 사건의 계모, 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팀 닥터와 감독까지 올라와 있다.

물론 위법의 여지가 충분하다. 명예훼손이 명백하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일 경우 사법당국을 거치지 않은 신상털기는 사적 제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범죄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계속 지켜보며 세상을 바꿔보고 싶어서 이 사이트를 만들었고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압박하며 경고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 배트맨은 판사도 경찰도 아니다. 하지만 정의의 이름을 내세워 악당들을 처벌한다. 오죽하면 우리 사회에 사이버 배트맨이 등장했을까. 이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성범죄'에 얼마나 관대했었는지 보여주는 반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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