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발행인)

 
 

해남신문이 창간된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의 농촌지역인 해남사회는 30여 년간 군사독재권력의 공업중심의 경제개발 정책으로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이었습니다. 해남인구는 24만에서 15만으로 줄었습니다. 드디어 5·18민중항쟁과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억압과 질곡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쟁취하면서 지역민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었습니다.

해남YMCA 한솥 청년동아리가 1989년 초 앞서가는 지역언론인 홍성신문과 거창 아림신문을 견문한 후 뜻있는 33명이 참여한 창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989년 11월 20일 첫 번째 창간소식지를 발간한 후 1990년 4월 발기인 대회를 거쳐 6월 22일 창간호를 선보였습니다.

창간 취지문에서 지방자치시대가 도래하면 지역민들이 자기 결정권을 구현해야 참다운 지방화시대를 실현할 수 있다며 지역의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는 지역신문이 필요하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해남신문은 특정기업이나 소수 몇 사람이 아닌 해남사람 다수가 참여하는 신문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남군민이 주인 되는 정론직필의 민주언론이 되겠다는 창간정신을 천명한 것입니다.

30년 동안 많은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창간 후 2~3년이 지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쌓여 폐간에 직면했으나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재출발하였고, 1990년대 중반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기사를 게재했다는 사유로 2개월간의 발행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홍성신문 등 5개 지역신문이 연대하여 악법 개정투쟁을 성공시키기도 했습니다.

해남신문은 창간 당시 주식회사로 출발해야만 했습니다. 해남신문은 애당초 사람 중심의 언론이 목표였기에 한 주주가 총주식의 10%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는 출자제한을 통해 신문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주총시 1주 1표가 아닌 1인 1표의 협동조합적 운영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해남신문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주수입원은 구독료와 광고료입니다. 해남신문은 창간 당시부터 구독료와 광고료의 비율 5:5를 목표로 노력해온 결과 지난해에는 4:6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해남신문은 전국 지역신문 중 유료독자 1, 2위를 다투는 대표 지역신문이 되었습니다.

해남신문의 오늘은 사명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의 노력의 대가입니다. 또한 30년 동안 배당 한 번 받지 않고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800여 주주님들과 임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국가에서 해남신문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오로지 군민들과 독자들의 몫입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인터넷과 SNS 등 정보통신 매체의 발달로 종이신문을 외면하고 농촌지역사회의 인구감소와 노령화의 심화 및 경제사정의 어려움으로 지역신문의 경영여건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 사태의 영향은 매우 큽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물질만능과 경쟁 및 효율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각자도생의 삶의 문화를 성찰하게 하였습니다. 앞으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삶을 통하여 다급한 기후위기의 해결과 상생과 협력의 공동체적 삶의 복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합니다. 다가올 지역공동체 중심의 뉴노멀 시대에는 지역사회에서의 종이신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해남신문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출발, 다시 초심으로'의 자세로 지면혁신과 인력 충원에 따른 증면과 구독료 인상을 신중히 검토하겠습니다.

해남신문은 해남군의 발전과 해남군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천혜의 자연자원을 이용한 농림수산업과 수려한 자연경관 및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문화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군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민주역량 강화에도 힘쓸 것입니다.

우선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자인 군민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행복하게 살 기본적 권리는 철저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통해 군민의 알권리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어떠한 권력이나 자본과 유착하지 않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급변하는 정보화 사회에서 독자들에게 유익한 생활정보와 행정정보를 신속하고 자세하게 제공하며, 지역의 발전방향과 현안 문제에 대한 심층취재와 분석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배가하겠습니다.

또한 이웃들의 소소하지만 흐뭇한 얘기와 기쁨을 나누는 소식을 싣고 애경사, 모임, 개업 등을 알리는 사랑방이 되고 향우들의 소식도 챙겨 애향의 연결고리도 만들겠습니다.

해남신문은 군민과 애독자가 주인입니다. 군민과 애독자 여러분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뉴스입니다. 모든 군민이 기자입니다. 언제든지 제보해 주시고 글이나 사진 등을 보내 주십시오.

30년 동안 해남신문을 아끼고 성원해주신 해남군민과 애독자 그리고 향우님들! 앞으로도 변함없는 격려와 성원, 충고와 채찍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