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금 (사)가정을건강하게하는 시민의모임 이사장

 
 

이른 봄부터 비닐하우스에서 밤호박 농사를 짓는 시동생 부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은퇴하여 시골에 둥지를 튼 우리 부부도 봄과 여름 집 주변에 무성하게 풀이 자라는 철이 되면 언제인가부터 베트남이나 태국 노동자의 도움을 받아 왔다. 동네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도 온 품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젊은 노동인력은 없기 때문이다. 농번기가 되면 고령화가 특히 심각한 농촌에서 외국인 노동력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어업이나 건설현장도 그렇고, 제조업 등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으나, 이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초등학생들은 베트남 며느리를 보신 댁의 손주들이다. 1990년대 중반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시작하여 크게 증가한 다문화가정은 2019년 말 32만 가구를 넘었고 가구원 수는 100만을 넘고 있다. 결혼하려는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과의 혼인은 한 해 혼인건수의 약 10%에 달하여, 우리사회의 지속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전자 등 여러 산업과 교역에서 세계에서 열 손 가락 안에 드는 국력을 갖추고 4차 산업시대의 주역 중 하나로 당당히 진입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케이 팝(K-Pop)의 세계화, 특히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목을 받으면서 한민족과 한민족 문화의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한국어나 한국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외국인들도 모두 동의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외국인 며느리의 이름이 부르기 어렵다고 시부모가 한국식으로 멋대로 바꿔 부르는 것은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로 보인다. 또 외국에서 시집온 며느리에게 김치 먹기를 강요하고, 며느리가 애써 만든 고향요리를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상대방의 생각도 같을 것이라 기대하고 동질감과 일체감을 강요하면, 작은 차이가 종종 심각한 차별과 불화, 갈등을 낳는 불씨가 된다. 언어가 다른 아내와 살면서 아내가 한국어를 잘하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 나라 말을 배워 속마음을 아내에게 표현하거나, 또는 시어머니가 한국음식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 나라 음식의 고유한 맛을 함께 느끼게 된다면,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살면서, 작은 차이로 편을 가르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필요에 의해 자신이 일할 곳과 살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잠시 외국여행을 하면서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에 빠지는 것에 비추어 보면,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선 한국 땅에 와서 일해 돈 벌고, 또 가정을 꾸려나가는 외국인들의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땅에 찾아 온 이주민들이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다면, 한국사회는 누구라도 잘살 수 있는 그런 꿈의 사회가 될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한국문화의 문화적 감수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면, 현재와 미래의 세계화의 길에서 펼쳐질 한국인의 삶도 더욱 가치 있고 풍요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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