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재난영화 '투모로우'(Tomorrow, 내일)는 급격한 온난화로 지구가 빙하시대에 접어든다는 내용을 다룬다. 원래 타이틀(제목)은 'The Day After Tomorrow'(모레, 의역하면 가까운 미래)로 2004년 미국에서 1억2500만 달러(15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10억 달러 가까이 벌어들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했다. 올해에도 국내 안방극장에서 수차례 방영돼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기후학자가 남극에서 빙하 코어(중심부)를 탐사하던 중 기상이변을 감지하고 이를 국제회의에서 발표한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바닷물이 차가워지고, 이는 해류 변화를 가져와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게 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무시되지만, 얼마 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혹한에 갇힌 시민들이 대혼란에 빠지고, 기후학자는 아들을 구하러 눈과 태풍급 바람을 뚫고 뉴욕으로 가는 도중 수많은 난관에 맞닥뜨리게 된다.

지구 온난화는 실제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남태평양 조그만 섬나라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북극은 육지가 없기 때문에 빙하가 녹더라도 해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남극이나 그린란드, 러시아 북부 등 육지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빙하가 녹으면 그만큼 해수면이 높아지게 된다.

기후를 결정짓는 요소는 기온, 강수량, 바람이다. 이제 우리나라 기후가 사계절이 뚜렷하고 적당히 살기 좋은 '온대'라고 단정하기엔 곤란하게 됐다. 온대와 열대의 중간인 아열대(亞熱帶) 기후로 진행 중이라는 게 정확한 진단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 즉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특징을 갖는다고 했다. 이제는 삼한사미(三寒四微)라고 한다. 3일간의 추위가 물러가면 4일간은 미세먼지에 휩싸인다는 것. 또한 살기에 적당한 봄, 가을은 있는 둥 없는 둥, 겨울과 여름에 살짝 낀 계절 정도로 전락하고 있다. 아열대기후는 한파가 몰아닥친 겨울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연중 대부분이 이러한 두 계절로 이뤄진다. 우리나라가 이런 추세로 가는 중이다.

기후가 변하면 작물도 바뀌는 게 자연의 순리이다. 해남에서는 이미 아열대 작물인 바나나, 파인애플, 올리브, 망고, 무화과 등이 실증재배되거나 농가의 새 소득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해남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끝자락으로, 변화하는 기후의 최일선에 위치한다. 전국 최대의 농업지역이기도 하다. 해남은 이런 이점을 앞세워 아열대 작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게 될 '아열대작물실증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증센터 유치에 성공하면 농업연구소, 농업체험교육단지 등도 줄줄이 해남에 올 가능성이 높다.

실증센터는 해남을 비롯 장성, 경남 합천 등 3곳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해남은 타 지역보다 40~50년 빠른 오는 2030년이면 실질적인 아열대기후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여러 지리적 이점과 유치 노력이 다음 주(11일) 결정되는 작물실증센터 선정에 좋은 소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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