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주지 스님 1억7700만원 피해
돈 찾아 보관하거나 계좌송금 수법

해남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수법도 다양해지면서 스님까지 피해를 입는 사례도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해남경찰서와 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달에만 해남에서 3건의 보이스피싱 피해나 시도가 발생했다.

2건은 80대와 50대를 대상으로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계좌가 해킹됐다거나 범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속여 현금을 인출해 보관하도록 하거나 특정 계좌에 송금할 것을 요구한 사례로 이를 눈치 챈 산이농협 직원의 기지로 실제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관련기사> '보이스피싱 막은 농협 직원 화제' <2020년 5월 29일자 9면>

그러나 해남의 한 암자 주지스님의 경우 보이스피싱으로 1억7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스님은 경찰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지난 11일과 12일 모두 두 차례에 걸쳐 현금 1억7700만원을 인출해 차 트렁크에 넣은 뒤 해남의 한 우체국 앞 등에 주차를 해뒀다가 돈을 도둑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A 스님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돈을 찾아 차 트렁크에 넣어두면 안전하게 보관한 뒤 돌려주겠다는 말에 속아 그대로 지시에 따랐고 이후 수금책이 차 트렁크에서 돈을 몰래 훔쳐 달아난 것으로 나타났다. A 스님은 두 차례에 걸쳐 트렁크에 있던 돈을 도둑맞았지만 그때까지도 경찰이 실제 보관하기 위해 가져간 것으로 알고 뒤늦게 경찰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돈의 출처와 관련해 평생 모은 돈으로 주지 임기가 끝나면 토굴 수행을 하려고 준비했던 돈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남부경찰서는 광주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국적의 B 씨를 붙잡아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해남에서도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밝혀냈다.

B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시킨 대로 서울 지하철역에 훔친 돈을 가져다놓았지만 조직으로부터 받기로 한 수고비를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경찰을 사칭해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가 해킹당해 돈이 인출될 우려가 있으니 현금을 인출해 현관이나 집 안에 두도록 유인한 뒤 이를 절취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하려한 수금책 한 명이 불잡혔다. 또 검찰을 사칭해 역시 현금을 찾아 특정 장소에 보관하도록 하고 이를 훔치려 한 보이스피싱 시도도 2건이 발생했다.

해남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절취형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이나 은행, 공공기관에서는 절대로 현금 인출이나 계좌이체 등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최근에는 저금리 대출이나 대환대출 명목으로 계좌이체나 현금 인출을 요구하는 피해도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주의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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