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범죄수법도 엇비슷하다. 범인들은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대포통장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현금을 인출해 지정된 장소에 두도록 하거나 직접 현금을 건네받는 수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해남 유명사찰의 70대 주지 스님은 지난 11~12일 이틀간 두 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1억7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 스님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돈을 찾아 차 트렁크에 넣어두면 안전하게 보관한 뒤 돌려주겠다는 말에 속았다. 스님은 현금이 사라지고 난 후에야 수상하게 여기고 해남경찰에 신고했다.

비슷한 날짜에 또 다른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다. 산이농협에서 80대 노인이 1500만원을 인출하려고 하자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직원의 기지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고, 같은 농협에서 4000만원을 계좌이체할 뻔한 50대 여성도 있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이 좀체 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레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는 정황이 짙다. 올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장비(일명 SIM박스)의 해외직구 밀수입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비는 해외 범죄자가 인터넷전화로 국내 수신자에게 보이스피싱을 하려고 전화를 걸 때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 표시해주는 중계기이다. 이 장비를 밀수입하려다 인천본부세관에 의해 적발된 건수가 지난해 2건에서 최근 두 달간 27건으로 급증한 것이다.

보이스피싱은 주로 저소득층과 노년층을 겨냥한 악질 범죄다. 국가적 차원의 엄중 처벌과 홍보도 중요하지만, 각자가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도록 촉각을 세우고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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