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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이야기
양동원 편집국장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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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3  15: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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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초, 유독 보수 편향의 일간지에 '토사구팽(兎死狗烹·필요할 때 이용하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라는 고사성어와 뜻풀이를 한 다소 자극적인 광고가 실렸다. 김영삼(YS) 정권에서 공신 반열에 오른 김재순(2016년 작고) 전 국회의장이 부동산 과다 보유 사실이 빌미가 돼 정계은퇴(1993년)를 당하면서 이 말을 인용해 더 유명해졌다. 샘터 창간과 7선 국회의원이라는 화려한 이력의 그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지는 '팽의 정치학'에 분루를 삼켰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낸 이 광고는 정부와 여권이 포스트 코로나19 여파로 추진하는 원격의료 허용과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원성(怨聲)을 담은 내용이다. 코로나 방역에 의료진이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데(더 속으로는 총선 압승의 일등공신으로 생각한 듯), 이를 몰라주고 '팽'하느냐는 볼멘소리이다.

포스트 코로나(~후를 뜻하는 Post와 코로나의 합성어)는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일상과 경제·사회적 변화를 말한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폭이 워낙 커서 인류의 역사가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이후인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점으로 써왔던 기원 전(BC)과 기원 후(AD)를 대체할 새로운 시대 구분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말뜻처럼 '이후의 일'이 아닌, 우리 삶 속에 이미 일어난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더 정확하다. 코로나 사태로 의료인과 환자간의 감염을 막는 '전화 상담과 처방'이 최근 숱하게 진행됐다. 대면진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가 영상통화로 진료를 하고, 진료센터에서 촬영한 X선 자료가 큰 병원에 보내져 30분 만에 판독(진단)이 이뤄진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원격진료는 의료 사각지대인 섬·벽지 주민이나 원양선박·교정시설 등에서 더 절박하다. 그럼에도 원격진료가 20년간 시범수준에 머물며 법으로 만들어지지 못한 것은 의료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의료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 동네 병·의원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코로나라는 대변혁의 동력을 앞세워 '비대면 진료'로 이름을 슬쩍 바꿔 밀어붙인다는 생각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언택트(Un+Contact·비접촉) 문화의 일상화, 곧 온라인으로의 급속한 전환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온라인 입사시험(삼성이 이달 30~31일 시행), 공연 및 스포츠의 무관중에 따른 온라인 관람 등은 이미 현실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즉 로봇기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의 시대도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원격영상재판이나 전자소송, 원격변호도 마찬가지이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술집, 찜질방, 영화관, 노래방 등 사람들이 어울려야 돈 버는 업종에는 '아, 옛날이여'를 곱씹게 하고, 사무실 수요가 줄면서 시쳇말로 '조물주 위'라는 건물주의 위상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근데 걱정도 스멀스멀 다가온다. 사람과 부대끼며 소소하게나마 가졌던 인생의 참맛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디서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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