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蔿民)의 정신

앞으로 1개월 반여의 시간이 지나면 동시 지방선거가 있게 되어 우리 주민의 환경과 살림을 책임 맡아야 하는 대표와 의원들을 선출하게 된다.
지난 세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에 소위 위민(爲民)이라는 정신이 있기는 하는건지 분간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또 사실적인 위민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누가 민(民)을 위해야 하고 위해야 함을 당한다고나 할까 하는 주체와 객체는 어떻게 구분되어지는가 정리가 되어지질 않는다.
말도 많았고 탓도 많았으면서 1년 6개월여 동안의 세월속에 멋들어진 문화예술회관과 군민광장이 우람하게 들어섰다. 이를 개관하고 준공하는 자리 외에 준공과 기념을 알리는 여기저기의 표석들에까지 위민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돌이 천년을 간다고 해서 금과 돌을 같이 취급하기도 해온 것에 비해서 생각해보면 한번 새겨진 돌의 글자는 천년의 세월을 머금어야 하는데, 그 글자에 스며있는 진실성과 정확성이 있어야 하며 광장이 군민 것이어서 ‘군민광장'이며 문화예술회관도 주민의 것이라면 주민을 위한 준공이어야 되고 주민의 것인 형태의 집과 광장이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표지석의 ‘도와주신 분'으로 전^현직 국회의원과 군의회 의원 이름이 죽∼ 나열되어 있다. 준공시점에서 보면 2개월도 못가서 신분이라 할까 하는 주민의 눈에 비치게 하여 정해지는 서열도 바꿔지게 될 시점에서 어쩌면 너절하게 표기되어 있는 것을 읽어보는 주민들 대다수가 끌끌 거리는 모습을 우리는 중요하고, 의미있게 새겨야 할 것으로 보아짐은 어쩔 수 없다.
헌수비라는 것도 직함이나 신분상 내비쳐지는 글자들이 주민과의 위화감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 내용상 부적절하게 자신을 소개하여 그냥 그렇게 새겨졌다면 그것 또한 그것을 만드는 것을 주관한 공직자의 ‘위민정신 결여'로 봐야 마땅할 것이다. 왜 주인인 주민은 도와주신 분과 구별되어 새겨진 이름들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도와주었는지….
우리는 역사상 종종 보아온 동상철거, 표석의 글자 짓이기기 등 씁쓰레한 면을 되풀이해서 보아왔다.
"나는 주민을 위하고 고장의 미래를 위해 성실하고 청렴하게 일하겠다"고 하면서 선거에 나선 사람들이 지금 벌써 돌아다니고 있고 또 많은 사람이 나설 전망으로 있다.
준공축사에 군수, 국회의원, 문화관광부 장관, 도지사, 군의회의장, 재경향우회장 등이 나와 품격높은 언어로 축하한다고 했을 뿐 주민대표 정도의 인사는 아예 단상에 올라오지도 못했고 이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만 봐야 한다.
대공연장 개관 축하공연이 있는 무대에는 지하에서 높고 귀한 분들을 싣고 1층 무대로 올라와서 인사하는 해남서는 그야말로 듣도보도 못했던 처음있는 깜짝쇼를 자행했다. 그 무대에 서있으면서 축하했던 인사들은 조금전의 축사했던 이들에다 도의원들 몇 사람 단체대표들이 손에 손잡고 축하한다고 얼굴을 드러냈고 그 흔한 촌노나 미래의 동량으로서나 교육문화적 가치공간인 문예회관에 맞다고 할 수 있는 청소년, 어린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뿐인가 이 지체높은 분들이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로얄석으로 이동했으나 이미 자리잡은 주민과 내 자리, 네자리로 고성이 장내를 흔들었다.
어디에서 어떤식으로든 위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아 축하의 장이 씁쓸함을 자아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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