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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맞이한 5·18
양동원 편집국장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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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5  17: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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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5·18 추모곡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이다. 저승으로 가는 '죽은 자'가 이승에 남아있는 '산 자'에게 남기는 비장한 내용이 역동을 가미한 단조(短調·단음계 가락)로 꾸며졌다.

5·18을 상징하는 민중가요는 기실 2년 뒤인 1982년에 만들어졌다. '들불야학'의 교사로서 동지인 윤상원(시민군 대변인으로 계엄군의 도청 진압작전에서 희생)과 박기순(노동운동가로 1978년 12월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의 영혼결혼식(1982년 2월)이 열린 2개월 후 그들을 추모하는 노래극에서 선보였다. 소설가 황석영이 백기완의 옥중 시를 개작하고 김종률(전남대 학생)이 작곡했다. 노래가 만들어진 단독주택 옛터(광주문예회관 옆)에 엊그제 표지석이 세워졌다.

5·18 40주년 추모행사도 코로나19의 거센 폭풍을 비켜가지 못하게 됐다. 전야제는 아예 취소되고, 기념식과 일부 추모 행사도 코로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조심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래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축소된 추모행사에서나마 장중하게 울릴 것이다.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은 전두환을 '수괴'로 하는 신군부의 12·12군사쿠데타에서 이미 잉태됐다. 40년 전, 80년 당시로 시계를 되감는다.

새 봄을 맞아 민주화 열망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타오르고, 이 와중에 정치권은 동상이몽(同床異夢)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5월에 들어서자 대학생들은 '계엄령 해제', '유신잔당 퇴진', '개헌 중단' 등을 요구하며 거리시위에 나선다. 17일 자정을 기해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내려지고, 광주에서 7공수여단 2개 대대가 전남대와 조선대를 장악한다.

전남대 정문에서 막힌 학생들이 시내로 진출하자 공수부대원들이 무자비한 진압에 나서면서 5·18의 서막을 알린다. 일명 '화려한 휴가' 작전명 아래 공수부대의 발포로 희생자가 속출하고 도심 곳곳에서 '만행'을 남긴 공수부대가 철수한다(19~21일). 도청 앞 평화 집회가 이어지지만 외곽에서는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총격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다. 시 외부와 출입이 차단되고 시외전화가 두절되며 광주는 고립된다(22~26일). (해남에서는 21일부터 사흘간 우슬재, 상등리 국도변, 대흥사 여관, 해남중, 해남군민광장 등 5·18 사적지로 지정된 5곳에서 사상자가 속출한다.) 새벽 5시, 3개 공수여단이 투입된 도청 진압작전에서 많은 시민이 희생되고 10일간의 항쟁이 끝난다(27일). 3개월 후인 8월, 광주를 제물로 삼은 전두환은 '하나마나한 공산당식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다.

5·18은 이제 '무엇에도 헤매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을 맞는다. 허나 여전히 진상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발포 책임자와 집단학살, 해남 우슬재와 상등리의 민간인 학살, 암매장, 성폭행 사건 등은 실체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미완'으로 남아있다.

5·18을 앞둔 이달 초, 광주도심에서 '가짜 유공자' 운운하며 행패를 부린 자유연대 등의 '유튜브 팔이'에 광주와 언론이 농락당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도 모른 놈들'의 소행에 건전한 사회와 민주주의 정의가 볼모로 잡힌 꼴이 됐다. 건강한 육체에는 암 덩어리가 발붙이지 못하는데….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2년 일정으로 활동에 들어갔다. '극우 팔이'들이 5·18을 더 이상 사익(私益)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그날의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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