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회복제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박카스의 이미지는 텔레비전 광고(CF)가 단단히 한 몫을 한다.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 장수브랜드의 바탕에는 안방, 거실에 모인 가족들에게 전파된 일상의 감성적인 내용들이 켜켜이 쌓인 요인이 자리한다.

6년 전인 2014년의 광고 '불효자로 산다는 것' 의 내용을 끄집어내본다. 비 오는 날, 택배기사인 아버지는 출근하던 딸을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다. 회사 동료들은 아버지의 초라한 행색과 땀 냄새에 고개를 돌리고, 딸도 아버지가 창피해 외면한다. 딸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서 '우리 딸 미안하다. 빗길 조심히 오려무나'라는 메모지와 박카스 한 병을 발견한다. 딸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에 눈물을 흘린다.

이보다 1년 앞서 '부모로 산다는 것'도 있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고'라는 우스갯소리를 만들어낸 광고이다. 노부부가 자식과 손주들이 온다는 전갈을 받고 '손주가 오면 좋∼지'라며 목 놓아 기다린다. 막상 손주들이 오자 난장판이 되어버린 집안의 뒤처리에 지쳐버린다. '밥 먹고 갈거지?'하며 등 떠밀다시피 손주들을 보내고 나서 '가면 더 좋지'라고 부인에게 어설픈 웃음을 던진다.

가족의 의미를 소재로 한 두 내용은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한 때 화젯거리가 됐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삶의 출발점이자 근본인 풀뿌리와 같다. 가정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념일도 줄을 잇는다. 엊그제 어린이날(5일)에 이어 오늘(8일)이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세계 가정의 날, 21일은 부부의날(2→1)이다.

가정을 되새기게 하는 얘기를 더 해본다.

화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무엇'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의견을 구했다. 그러자 목사님은 '믿음'을, 신혼부부는 '사랑'을, 병사는 '평화'라고 말했다. 화가는 고민을 거듭하다 세 가지 모두가 존재하는 곳은 바로 가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정이라는 사실을….

이런 얘기도 있다. 이웃에 사는 두 집안이 있다. 한 집은 맨날 싸움만 하는 젊은 부부가 살고, 다른 한 집은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대가족이 산다. 젊은 부부가 이웃집을 찾아 비결을 물었다. 이런 대답이 왔다. "젊은 부부는 너무 똑똑하고, 우리 가족은 너무 바보이기 때문"이라고. 똑똑하면 네 탓만 하니 싸울 수밖에 없고, 바보는 내 탓을 하니 싸울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코로나19로 '집콕'(집안에 콕 틀어박혀 지냄)이 일상화되자 집안 싸움도 부쩍 잦아져 '코로나 이혼'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판이라고 한다. 가족이라도 사랑과 이해가 없으면 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것. 영어의 이해(understand)를 파자(破字)하면 '아래로(under) 서다(stand)', 즉 눈높이를 낮춰 상대방에게 맞춘다는 의미라고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가정을 사랑과 이해가 넘쳐나는 천당으로 가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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