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외모에 유난히 밝고 말솜씨가 좋았던 대학 후배. 코로나19로 세상이 어수선했던 지난달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던 그 후배가 뇌출혈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다는 비보를 접했다.

가족들이 뒤늦게 집을 열고 들어갔을 때 후배는 차마 눈을 감지 못한 채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컴퓨터에는 뇌출혈 증상을 검색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고 한다. 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30시간. 너무 늦었다. 긴 시간 동안 혼자만의 사투를 벌인 것 같아 안타깝고 남의 일이 아니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혼밥, 혼술 등 홀로 일상을 지내는 문화가 흔해지지만, 그 이면에는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난해 2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 고독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서울시의 고독사 비율 중 14%가 20~30대로 나타났다. 30대 이하 청년 고독사가 매주 1명꼴로 발생한다고 하니 이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일찍이 영국은 외로움을 '사회적 전염병'으로 정의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전 국가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운 것만큼 해롭고, 의료비 증가 등 44조8000억 원가량 손실을 끼친다고 집계되기도 했다.

후배 어머니와 힘겹게 통화가 됐다. 여전히 의식이 없다고 한다. 의사는 더 할 게 없다고 말했고, 희망을 놓기 힘든 어머니와 가족들은 연락을 자주 못한 죄책감에 힘들어 했다.

1인 가구는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배우자가 없거나 경제 상황, 건강 상태가 안 좋을 때처럼 비자발적인 경우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시 멀어진 부모·형제, 그리고 주변 지인들과 가벼운 안부 문자 나눠보는 건 어떨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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